쇼트 프로그램, 그 1권.
물론, 이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인 아다치 미츠루의 감성에 대한 공감대와,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이것이 달랑 3권짜리 묶음이라는 것도.
그러나 사적인 사정을 뒤로 하고, 그냥 하나의 작품으로서 이 작품을 이야기하자면... [쇼트 프로그램]은 참으로 '소중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작기' 때문일까?
아마 이 작고 소소한 소품집에,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순수함, 그리움, 애틋함 등에 대한, 잔잔하고도 절절한 갈망이 겹쳐보이기 때문 아닐까.
이런, '소중히 다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은, 보기좋게 맞아떨어졌다. 바로 그 겉지(cover)...!
요렇다 ㅡ.ㅡ;
종이가 접힌곳이 자꾸 접혔다 펴졌다 하면 닳기 때문에 신경쓰이지만... 보기 불편한 것 보단 낫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이런 겉지 구성은 결과적으로 가벼운 기분으로 뒤적이거나 훑어보는 것을 지양하게 한다. 책장에 꽂아넣거나 빼낼 때도 알게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법.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말하기 어렵더라도 작품에 꽤나 어울리는 접근법이라는 생각은 든다.
누님이 보고선 '무슨 표지가 그.따.위.야?' 라던 2권.(...)
적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어떤 공통적인 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알고보면...'이라는 화법이다. [쇼트 프로그램]은 짧은 단편들의 반복이고, 또 어느정도 리듬이나 타이밍이 일치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처음 읽을 땐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중엔 결국 비슷비슷한 구성과 (이제는 약간 구시대적인) 아다치 미츠루의 감성과 맞물려서 '기대했던것보다 확 오지는 않는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었다. 장편만큼 깊은 호흡을 가질 수 없는데다가, 참고자료를 겸해 읽는 입장에선 그 장치에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되다보니 그런 것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는 다시금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 만화는 역시 소중하게 간직할 가치가 있음을.
아다치 미츠루는 비슷비슷하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예전 딴지일보의 글마따나 그의 작품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흘러나가다가 어느 순간 확실한 느낌의 '완성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쇼트 프로그램]을 주옥같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작품의 다양성에 있기도 하거니와, 이런 경향들도 찬찬히 그러나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아다치 미츠루식의 로맨스는 이미 첫 에피소드 '근황'에서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지만, 이후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다가 2권의 '도중하차', 3권의 '메모리 오프' 등에서는 현대적인 터치로 또다른 완성형의 모습을 뚜렷이 보여준다.
지금 다시 흩어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거지만 수록작품들이 정말 다채롭다. 중도작은 중도작대로 자기나름의 재미를 보여주고, 신작 [크로스게임]에서 열심히 홍보되고 있는 '아이돌 에이스'의 첫 3편을 보는 것도 즐겁다. 27편의 수록 작품들 중 색다른 맛이 없다거나 어중간하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굳이 뽑아도 두세편 정도? 수록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색다른 감성을 볼 수 있었던 남자들의 우정 얘기들이나, 과거와 현재의 아이들을 교차시켜 보여주는 '돌아오는 길' 등이 눈에 띄었다. 연출의 대가답게 4쪽 만화에서도 보는이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역량을 보여주는데, 간간히 '아, 이거 4쪽짜리 만화구나'하는 사실을 돌아볼 때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리뷰를 마치기 전에 몇가지 의문점을 이야기해야겠는데, 하나는 굳이 이런 소장용 작품에서 컬러페이지를 어느건 보여주고 어느건 아껴야 했냐는 점이다. 출판측의 사정이라고 해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쇼트 프로그램]은 살 사람은 사고 안살 사람은 안살, 구매층이 뚜렷이 판단되는 작품이라고 보이고, 또 살 사람이라면 이미 붉은매 DVD의 3배 이상, 일반 만화책의 두배 이상 가는 가격에서 한두푼 추가한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또 하나 의아한 점은 작품들의 후기나 비하인드스토리까지는 무리더라도 어디에 실렸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도는 넣어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잡다한 것에 구애받지 말고 순수히 보이는대로 만화에 집중하고 즐기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부분도 많지만, 비교해보는 재미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이후에 4권, 5권, 6권이 줄줄이 나오게 되더라도, 완전히 새롭게 찍기보다는 어느정도 지금의 포맷을 유지시키면서 (겉지 구조는 재고해볼 가치가 있지만-_-) 출판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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