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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9

클라우스 (Klaus)

by 노바_j.5 2019. 12. 24.

가까운 이가 보고 싶다고 하여 같이 느긋하게 감상하였다. 산타 클로스의 기원에 대한 재해석인데, 일단 아트웍이 첫눈부터 마음에 들더라.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기법의 툰셰이딩 느낌도 좋았고. 색감이 조금 평면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따스하고 풍성하다. J.K. 시몬즈를 비롯한 성우들의 연기도 일품.

개연성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힘들었고, 특히 교사인 여주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에 비하면 비중이나 개연성에서 조금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아서 아쉽다. 문제는 여주 뿐만이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작품이라서 그런지, 기적에 기대는 것을 크게 흠잡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 작품은 소위 '필 굿 (feel good)' 분위기를 강조하고 또 많이 기대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기분 좋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한가지 더 걸리는 점은 타겟층이 누구인지 아무래도 애매해보인다는 점인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할만한 20~30대' 일까? 아이들이 보기엔 배경인 스미에른버그 주민들의 막장스러움이 켕기고, 어른들이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헐겁다고나 할까...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무난히 잘 뽑아낸 것은 좋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 개념으로 작품을 만들 때 흔히 걸리기 쉬운 부분일지도...? 넷플릭스의 첫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던데, 지금까지의 넷플릭스 이미지는 무언가, '영리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인지) 모든 부분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작품들을 만드는 느낌이다. 방대하게 아우르지만 특정 시선에서의 깊이는 떨어지는, 일종의 집단지성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내용적으로 두 가지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크리스마스 캐롤의 가사들을 작중에 그대로 녹여낸 점과, '증오'의 근원을 어디서 찾느냐였다. 이유없는 비방과 다툼은 온라인 생태계를 연상시켰고, 증오란 그저 늙은이들의 낡은 관습에 얽매인 때문 뿐이라는 것. 장난감에 애들이 너무 눈돌아가는 바람에 너무 물질만능주의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의 본성이란 본디 선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들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는 또다른 선의를 불러온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해서 나쁘지 않았다. 이런 본질적인 점을 짚은 부분들은 참 좋았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