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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995/1991

여기는 그린우드

by 노바_j.5 200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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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근근히 그 이름을 들어왔던 작품, [여기는 그린우드]를 보았습니다. 순정만화이지만 소년학원물(?)이더군요. 남고 기숙사가 배경인...^^ (그런데 난 어째서 환타지 계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_-;)

간단하게 말하면, 대만족입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살아남는 그 명성은 헛되지 않았더군요. 원작 만화도 굉장히 보고싶고...^^

작품은 따듯하고, 밝고, 포근하고, 풍성합니다. 특히 배경같은 경우 정말 아름답고, 필치가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그림의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퀄리티도굉장히 뛰어나고, 연출은 실험적인 면도 있으면서 굉장히 탄탄하고, 구도 역시 안정적으로 꽉 짜여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탓인지 감독인 모치즈키 토모미의 역량인지... 여러모로, 문단 앞에 언급한 느낌들이 전체적으로 살아있습니다. 작품과 음악에서 묘하게 [바다가 들린다]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는데, 알고 보니 감독과 음악이 같더군요 -ㅅ-; 가만히 보면 모치즈키 토모미와 나가타 시게루의 이 컴비네이션은, 그 어느 유명콤비(미야자키-히사이시라던가)에 못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시너지와 일체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은 이런 포근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에 어울리는 독특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나지 않은 안정감, 포근함, 그리고 경쾌함이랄까... '둥글둥글하다'는 느낌에 수채화의 느낌을 섞으면 비슷하달까요. [바다가 들린다] 같은 경우는 그 나름의 매력과 완성도가 있지만 어쩐지 저는 [여기는 그린우드]가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의 과장과 공상이 허용되는 그런 세계를, 좀 더 여유롭게 그려나갈 수 있었기 때문 아닌가 하네요. 사실 어디까지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성우입니다. 당시로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화려하다는 생각도 드는 성우진인데, 정말 제가 본 작품들 중 베스트로 꼽아도 될 정도로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연기가 탄탄합니다. 보통 얘기하는 '완벽을 뛰어넘는' 그런 정도의 훌륭함을 보여주는데, 전체적으로 훌륭한 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요소 아닌가 합니다. 덧붙이자면 음악과 그 사용도 굉장히 좋았습니다.생각해보면 작중에 뮤직비디오같은 시퀀스를 도입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던 이 시절 이외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래에서 사회나 문화적으로 가장 순수하고 감성적이었던, 또 꿈이 살아있던 시기가 이 90년 전후 (약 1985~1995) 아닐까 하는데, 그런 시대적인 흐름과도 서로 주고받는 면이 있어서, [여기는 그린우드]는 90년도 전후의 이런 감성과 모습들이 하나의 총체적인 패키지로, 마치 하나의 결정체처럼 고스란히 잘 담겨있는 작품같습니다.

구성은 옴니버스 형식처럼 4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마지막에는 마무리로서 약간은 진지하고 감성적인 러브스토리를 2화로 나눠담았습니다. 마지막 두편은 묘하게 느긋하다 싶으면서도 딱 맞아떨어지는, 그 이야기 푸는 템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스탭롤과 다음편 예고 사이에 짤막한 영상을 집어넣는 점도 인상적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 전체적으로 주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너무나 그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순수하고 정겹게 살아나갔는지...' 하는, 그런 느낌. 내용 면으로도 탄탄하지만, 또 그래서 오랜 시간 그 생명력을 유지해오고 있는 작품이지만, 핸드폰 개념이 없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앞으로의 세대들한테는 촌스럽게 비치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세기 말에 일어난 두가지 혁명, 인터넷과 핸드폰... 다시 이것들이 없었으면 어떨까 하는, 약간 바보같은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그런 바램이 생길 정도로 [여기는 그린우드]는 보는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는, 주옥같은 작품입니다.

원작자인 나스 유키에라는 분이 참 귀엽고 즐거운 그런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성이 갖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화사한 (갖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포괄해나가는 그런) 상상력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p.s. 6화에서 주먹을 치켜드는 장면에서는 왠지 크로마티고교의 오프닝 순(純)이 떠오르더군요. 푸핫...; 도케 도케 도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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