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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211

로보틱스 노츠 (Robotics;Notes) 덕후들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처음 PV 등으로 접했을 때부터 굉장히 인상 깊었던 『로보틱스;노츠』를 보았다. 현재의 스마트폰의 발전형인 "이루오"를 통해 증강현실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좋았고, 이것이 건배럴 제작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모습도 참신했다. 종래였으면 짝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을 법한 컨셉인데. 전체적으로 보아도 이런 신시대적인 감각이 많이 들어간 - 로봇개발부에서부터 발전해가는 스토리라던지 - 느낌은 호평받을 만 하다. 오덕들을 나름 현실적으로, 있는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밝은 분위기라던지. 스토리의 짜임새나 완성도도 높다. 다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유형 폭은 좁은 편으로, 좀 더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넣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설정,.. 2013. 10. 10.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성장물이 아니야. 성장촉진물이다!돌이켜보면 세상에 성악설이니 성선설이니 하는 것들이 참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차이가 존재한다면 성숙함의 차이, 관점의 차이, 자아와 이해심의 비례 같은 것들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사람 사이의 불편함은 대부분 오해와 이기심이라는 두 단어로 풀어낼 수 있는 것 같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서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모모가 아빠에게, 엄마가 모모에게, 다시 모모가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주변남정네들 애간장 태우기는 덤 그리고 이렇게 일어난 갈등의 해소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서로의 진심과 용서를 필요로 한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여자아이 모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모모와...』는 한국 개봉시.. 2013. 8. 7.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여라? 시끄럽지는 않지만, 『늑대아이』를 둘러싼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마치 아랫목 온돌처럼 뜨뜻하다. 한-일 명사들의 호평도 여럿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이동진 기자의 만점(!) 평가. 개인적으로 이동진 기자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감성을 둘 다 믿기에, 거리낌없이 보러 나갔다. 보기 전엔, 늑대인간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일견 장애아나 혼혈아, 입양아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머니의 성장기' 라던지, 이래저래 '모성'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길래, 남과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서 오는 고난이라던가, 순전히 이런 쪽의 이야기였을까 싶었으나... 실제로는 훨씬 더 섬세하고 깊이있는 작품이었다. 『늑대아이』는 참 묘한 작품이다. 인물 그림에 .. 2012. 10. 5.
빙과 (氷菓) / 고전부 시리즈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보며 감탄하던게 바로 며칠 전인데, 『빙과』를 보면서도 경악스러운 퀄리티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브리가 보여주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아무데서나 멈추면 화보 급이라니, 무섭다 무서워 쿄애니... 개인적으로는 2011년 즈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보편적인 퀄리티가 한단계 상승한것 같다. HD, 블루레이 포맷의 확립과 컴퓨터 그래픽 활용으로 인한 것인지, 때깔이 아예 달라진 느낌. 셜록 홈즈에 기반을 두었다는『빙과』는 시리즈 중반까지 추리물과 학원청춘물 사이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잡아낸다. 문제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이 밸런스가 학원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몇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우선 눈여겨 볼 점은 『빙과』에서 시간이 제대로 흐른다는 점이.. 2012. 10. 2.
언덕길의 아폴론 (坂道のアポロン) 애니메이션, 재즈가 되다 세계 최대의 컨텐츠 풀이라고 불리는 일본 만화 시장. 그 안에 재즈 이야기는 없을까 하고 검색하다 알게 된 『언덕길의 아폴론』은, 나로서는 이례적으로 시리즈 절반을 실시간으로 감상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유난히도 스토리 전개나 주제에 관한 예측이 시시각각 변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의 인상은 흡사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다루듯' 재즈를 매개체로 쓴 학원 게이연애물 같았다. 초중반 동안에는 재즈 연주들 보는 재미에 빠져 봤었고, 이후 본작의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인 9화의 쥰이치-유리카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 이야기를 떠올리며 '모두가 센타로(아폴론)을 떠나버리는 걸까', 심지어는 '주인공인 카오루가 파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들었다. 분명 .. 2012.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