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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2

사이코-패스 (PSYCHO-PASS)

by 노바_j.5 2013. 12. 28.

참여하고 있는 밴드 내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아 보게 되었다.


사실 『사이코-패스』는 작품으로선 그다지 인정하기 힘들다. 매 순간이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차치하고서라도 작품의 세계관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 하지만 이 작품은 '분위기'로 승부를 걸어온다. 하드보일드하고 잔혹한 분위기와 더불어, 일견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다양하게 아니메 팬층의 페티시즘을 건드리고 있는데... 미학이나 표현 등에 집착하는 모습이랄까. "되도 않은 작품이 자극만 내세워서 먹히려고 든다"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문제는 그런데도 재미있다(...). 작중 인물들의 무게 배분 등, 뭔가 여러모로 엉성해보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완급 조절이나 연출은 훌륭하다는 걸까. 어찌 보면 연애요소나 섹시어필을 이렇게까지 억누르면서 (하지만 숙녀분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보셨을 듯...) 이 정도까지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것... 장르나 연령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비주류한 데도 불구하고 아니메 판 중심에 확실한 임팩트를 주며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 대단하다. 극단적인 설정이 구시대적이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끌어낼 수 있는 재미랄까. 양날의 검이다. 우로부치 겐의 작가로서의 재치가 군데군데 돋보이는데, 주어진 무대 안에서 이야기를 짜 가는 능력, 독자를 끌어다가 계속 읽어가게 만드는 능력은 출중한 것 같다. 단, 이 작품의 내용이나 테마와는 역설적으로 진지한 성찰이나 깨달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 X 우로부치 겐의 콜래보레이션이기에 빚어낼 수 있었던 독특한 풍미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p.s. 『취성의 가르간티아』도 1화를 보았는데, 우로부치 겐의 스타일은 통상적인 스토리텔링보다는 굉장히 약동감 넘치게... 마치 실시간적인 느낌으로 시청자 앞에 작품을 풀어헤쳐놓아가는 스타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