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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바둑 삼국지와 고스트 바둑왕, 한국만화와 일본만화

by 노바_j.5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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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바둑왕 (히카루의 바둑)]은 잘 다듬어진 상업작품 같다.
2부로 접어들 때 즈음 하여 작가의 어조가 급변하는 것을 느끼는데,
언젠가 편집자와의 불화설을 들은 기억이 있다. 편집자가 바뀐 것에 따른 악영향일까.
어느 리뷰에서는 작가가 일본 바둑계의 폐쇄성에 환멸(?) 혹은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쩌면 갑작스레 프로, 그리고 현실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오게 되면서 일관성 유지에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세나 이스미, 아카리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비롯해, 벌려놓은 판을 '바둑'만으로 아우르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외도를 하기에도 어중간하게 떠버렸다는 (흡사 [슬램덩크]같은)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고스트 바둑왕]이 상업작품이라면 [바둑 삼국지]는 다큐멘터리 같다.
다큐멘터리는 상업영화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고 했던가. 개인적으로는 [바둑 삼국지]를 더 재미있게 봤다.
바둑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뤘고, 둘 다 톱클래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스트 바둑왕]과 [바둑 삼국지]는 - 그것이 양국 만화의 전부라고 할수 없지만 - 양국간 만화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전문적인 바둑 자체를 파고들지 않고 그 바둑의 '맛'과 '세계'를 중점적으로 비추는데, 다양한 주변상황을 보여주고 '이미 현실'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바둑 삼국지]에 비해 '사이'라는 캐릭터에 과도하게 기대어버리는 히카루의 폭발적인 발전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고스트 바둑왕]은 대중친화적인, 일본만화 특유의 '감탄'과 현실적인 '체면(혹은 위상)'을 위주로 한(*) 풀이를 위주로 그리는데, 여기서 종합적으로 빚어지는 한가지 문제는 바둑실력에 대한 정확한 변별력이다. 일본의 -특히 소년물- 만화는 진흙탕 난전보다는 누군가 누구를 깨끗이 누르고 넘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점에 반하여, 바둑의 세계는 그런 느낌을 곧이곧대로 도입하기가 어려워보인다. [고스트 바둑왕]에서 히카루나 아키라가 고전하는 것은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베지터나 프리저에게 고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손오공은 똑같은 상대랑 여러번 싸우지도 않고, 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 '일본만화 특유의...'라는 부분은, 쉽게 말하자면, A가 B를 압도하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고스트 바둑왕]이 '우와아~ 저사람 대단해! 멋있어!' 라는, 한발짝 떨어진 감탄사적인 느낌이라면 [바둑 삼국지]의 그것은 '억!' 소리가 나는, 마치 그것을 피부로 직접 당하는 것 같은 임팩트를 준다는 말이다. 체면이나 위상에 관한 이야기는, [고스트 바둑왕]이 아무래도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한다고 했을 때, [바둑 삼국지]는 - 약간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 그야말로 가차없이, 말할건 말해버린다는 이야기를 포함한 말이다.)

일본의 작품이 그 환상적인 상상력과 양식화(캐릭터 혹은 상징성), 또 그에 따른 친화력에 강점을 갖고 있다면
한국의 만화는 깊이 배인 현실의 쓴맛과, 그것을 씹고 이겨나가는 거칠고 전투적인 기세에서 차별점이 두드러진다. 숱한 이두호나 허영만의 만화들이나 윤태호의 [YAHOO!] 등 소위 말하는 한국의 명작들에서도 그것이 뚜렷하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씨나 고우영 화백의, 해학과 풀이 위주의 작품들이 있고,
윤승운 화백으로 대표되는 아주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해학을 보여주는 스타일이 또 있다고 볼 수 있을 듯.
[위대한 캣츠비], [삼봉 이발소], [와탕카!!], [애욕전선 이상없다] 등 웹만화들은 현대적 감각과 더불어 위 요소들의 복합적인 상태를 보여주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보았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일본 대중만화와 비슷한 기조의 만화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대외시장에 있어서 한국의 만화는 어쩌면 일본만화와 동일 선상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좀 더 매니악하고, 일본만화를 보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는
2차 시장(?)에 그 촛점을 맞추는 것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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