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판을 보다 극장판을 보면 역시 퀄리티나 호흡이 다르구나 싶다.
캐릭터들 중엔 펠트와 그라함의 변모(?)가 두드러졌는데, 펠트는 작품의 대인배스러운 테마 vs 대중성 사이에서 희생당한 느낌이고(어흑ㅡ.ㅜ), 더블오의 쾌남 그라함 에이커는 이 작품을 끝으로 이별을 고한다.
더블오 시리즈 내내 마리나가 보여준 행보는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와 많이 닮아있는데, 그동안 보여준 '신'에 대한 집착이나 철학이라던지, 몇몇 ELS의 작중 형태라던지... 어째 불교적인 사상도 꽤 반영된 것아닌가 싶다. 세츠나와 관련해서는 원래 좀더 기독교적인 방향에서 출발해 결국 신과 선구자의 중간 즈음인 존재가 되었지만.
상업적으로 별 도움이 안될 듯한 철학적인 자세를 관철한 점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려 건담에다 극장판이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쩔 수 없었는지 대중적인 구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그러다보니, 사상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랄까, 작품의 통일감에선 온전히 하나로 달라붙지 못하는 느낌.
시리즈 내내 '그릇'이라던가 '사고의 틀' 같은 말들이 자주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극장판에 참 공감하며 응원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관객과의 소통이나, 쉽게 말해 그냥 '재미'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쉽다. 사람들 보기엔 너무 4차원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단,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 이후로 [망념의 잠드] ~ [교향시편 에우레카 7] 등, 잘 만든 로봇(?)애니들의 방향은 엇비슷하긴 하다. 로봇이 파괴의 상징에서 통합과 이해의 매개체로 변모한다던가.)
p.s.
이번에 극장판까지 보고 이것저것 읽어보다가 알았는데, 역시 스토리 작가가 중간에서 좌충우돌 마음고생 좀 했구나 싶다. 엔딩의 여러가지 안들이나 1-2기 분할 등등. 호불호를 떠나서, 작가 본래의 스타일보다는 둥글둥글해진 것 같다.
그리고 더블오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파일럿은 할렐루야 아닐까 싶은 생각이... 한번 강림해주시면 간지폭풍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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