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까지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당신에게 [치코와 리타]는 별로 재미없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스타일 그 자체가 직관적인 소통의 도구로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과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미술, 음악을 맡은 베보 발데스 셋의 조화가 굉장히 두드러지며, 이들이 빚어내는 [치코와 리타] 특유의 정서나 미감은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예컨데 조빔과 질베르투, 스탠 겟츠가 들여온 남미의 보사노바 음악은 그 어떤 음악보다도 나긋하며 감미로운, 이지리스닝 재즈의 전형으로 자리잡았지만, 학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장르에 속한다. [치코와 리타]가 보여주는 스타일 역시도 이와 마찬가지어서, 자유로운 애니메이팅 기법의 변주나 압도적인 시각적 디자인에 반해 그 느낌은 너무나도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똑같은 사과를 그려도 인상파, 야수파처럼 뭔가 새롭게 그려내는 화가를 만난 느낌이랄까. 원래 애니메이션이란 개개인의 '미감' 자체가 크게 발현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상업 / 장편 애니메이션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보편화되기 십상이다.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지 못하고 휩쓸리며 우연에 기대어 살지언정, 그들이 놓치지 않고자 했던 어느 순간-'찰나'-에의 순수한 몰입. 그리고 그런 순도로 삶과 시대, 운명을 담아 빚어낸 음악과 사랑... 치코와 리타를 통해 대변되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아이처럼 집착하던 대상은 바로 희생과 승화가 겹쳐지고,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며, 타락과 깨달음이 상통하는 바로 그 모순적인 감흥이 아니었을까 싶다.
관조적인 듯 담담하면서도 원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치코와 리타]. 만나기 힘든 소중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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