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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814

미치코와 핫칭 [ミチコとハッチン, 2008] 뒷골목에 버려진 채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우연히 보았던 2008년 10월의 신작 목록 중에서 눈에 띄어 감상하게 된 작품, [미치코와 핫칭]. manglobe가 제작했다는 점 이외에도 알고보니 꽤 특이할만한 점이 있었다. [카우보이 비밥]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음악 프로듀서로 들어가 있다던가. 원래 색다르면서도 성인지향적인 정서가 깔려있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치코와 핫칭]은 합격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터프한 매력을 지닌 남미 여성, 미치코라는 캐릭터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주인공이니까. 게다가 작중에서 주연급 역의 성우로는 신인들을 기용한 듯 한데, 연기의 톤이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다른, 실사연기에 가까운 노선을 탄다. 충실한 고증과 더불어 '일본.. 2010. 9. 7.
미나미가 2기 ~ 한 그릇 더 ~ (みなみけ~おかわり~) [2008] 애니메이션판 [미나미가] 1기가 원작이 가진 가능성을 끌어내어 거의 별개의 작품으로 재구성했다면, 2기인 [미나미가 ~ 한 그릇 더 ~]는 원작이 가진 묘한 분위기를 끄집어내서 집요하게 확대시킨다. [미나미가] 2기의 그림은 날카롭고, 앵글은 관음증 적이다. 원작에서 보이는 파격적인 시각적 여백을 시간적인 개념으로 치환하려고 한 것인지, 웃음 포인트로 넘어가는 '전환의 순간'을 늘여잡고 돋보기를 들이대는게 특이한데, 1기에서의 일반적인 리듬에 비하면 - 혹은 굳이 1기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 보편적인 느낌으로 보기엔 불편하다. [미나미가] 2기는 보는 사람을 단순히 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작품을 보면서 트집(츳코미)을 잡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수시로 등장하는 빠른 화.. 2009. 9. 15.
망념의 잠드 (亡念のザムド) [2008] [망념의 잠드]는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이하 [에우레카])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특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을 합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에우레카]가 중반에 이르기까지 크게 시청자를 빨아들이지 못한 것에 비해, [망념의 잠드]는 처음 시작부터 확 끌어당기지 못하는 점은 비슷하면서도 첫 두세편 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 [망념의 잠드]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사실 어떤 특정한 장르적 특성보다는 훌륭한 드라마와 이야기 구성 자체에 있다. 망념(亡念)... 그것은 말하자면 한민족 고유의 정서라는 한(恨)의 느낌과 닮아있다. 잃어버린 것, 사무치게 그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작품에서 대항자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하는 이 '어두움'의 묘사가 인상적인데, 그것.. 2009. 8. 26.
비하다 일족 (美肌一族) [2008] 진지함이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아가던 1995년, 우스타 쿄스케의 [멋지다 마사루!!]는 전통적인 열혈-학원-스포츠 물의 패러다임을 우아하게 비틀고 전복시킴으로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멋지다 마사루!!]가 희화한 것은 소년 만화를 대표하는 장르들이었다. 그렇다면 소녀 만화를 비슷한 방식으로 비꼬아 보면 어떨까? [멋지다 마사루!!]로부터 10년이 더 지나고, [비하다 일족]에서 그 해답이 보인다. [비하다 일족]은 그 탄생 배경이 상당히 흥미롭다. 화장품 발매에 앞서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책방에 들린 시바모토 유우코(芝本裕子)는 유달리 눈에 두드러지던 소녀만화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우선 고전적인 순애물 풍의 휴대소설을 연재한 후, 그에 걸맞는 70~80년대 풍의 순정만화 / 그림을 .. 2009. 8. 6.
도서관 전쟁 (図書館戦争) [2008] [도서관 전쟁]은 아리카와 히로의 원작소설에서 전체 4권 중 1~3권의 분량을 담았다고 한다. 책을 아끼는 마음, 소설 원작, 높은 퀄리티에 탄탄한 스토리 전개 등은 또다른 명작인 [R.O.D] 시리즈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도서관 전쟁]은 그 바탕을 좀 더 현실적인 기반에 두면서 전혀 다른 독자성을 가진다. 그러나 '미디어법에 맞서 도서관이 자체 무장조직을 운영한다'는 기본 설정은 상당히 황당무계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현실적인 세계관'과 '비현실적인 세계'가 맞물려서 굉장히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소위 말하는 '안여돼(안경여드름돼지)'형 오타쿠가 하악하악거리다가 돌진하는 건 정말이지... '귀여운 발상'이 그 근간을 이루지만, 이 작품은 '미디어법'을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2009. 7. 31.
벼랑 위의 포뇨 - 어른의 사정 따위 친구와 함께 [벼랑 위의 포뇨]를 보았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제작 단계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너무 아동용으로 보여서 별 흥미가 없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은 변했습니다 ;ㅁ; 단순히 어떤 형식적인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운 것 이상의 '생동감'을 거기서 느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진지함이 [원령공주]에서 최고조로 이르고, 이후로는 소위 '감정적인' 모습에서 내려와서 동네 할아버지 같은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같아진다고 하는데, 감성이나 기세의 낙차폭을 생각하면 어째, 이번 작품이 미야자키 마지막 작품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혹은 마지막에서 두번째? -_-; 작품 내의 캐릭터들도 뭔가 새롭고 참신하다기보다는 친숙한 캐릭터들.. 2008.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