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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G전장 헤븐즈 도어

by 노바_j.5 2017. 1. 15.

아는 후배가 추천해줘서 본 니혼바시 요코의 'G전장 헤븐즈 도어'. 전 3권 완결.

끝까지 읽으면 재미있다. 하지만 중반~중후반 정도까지는 (틈틈이 되돌아가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있지만) '단순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할 말이 뭐 이리 많아?' 싶은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는 '일단 관객이 자리에 앉으면 처음에 좀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앉아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이론 같은게 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을 강요한다는 느낌. 후반은 오히려 전개가 시원시원하게 몰아치고 나간다.

작가 본인도 여성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의 일견 단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여성관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의 어머니들은 통속적으로 애정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쳐지다가 뒤에 가서 진실이 밝혀지지만, 사카이다와는 달리 테츠오에게는 그 진실이 직접적으로는 전해지지 않고 끝난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문화창작자들의 싸움을 니혼바시 요코 스타일로 풀어내어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처절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같은 현실에서도 너무 격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 있고, 뜨겁다기 보다는 핏덩어리같은 질척거림이 느껴진다. 사내정치에서 자기 뜻대로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그렇게 혼네(본심)을 씹어삼키고 인내와 투지로 독하게 몇년을 밑작업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부분도 그렇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것일지도.

'작가론'이라고 할 만한 부분에서 '인격'과 '의지'라는 단어가 대두되는데, 니혼바시 요코의 스타일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양상에서 의지 / 집착 / 고집 같은 부분이 굉장하다고 느껴졌다. '인격'이란 단어는 뭐랄까, 좀 애매하다. 네타를 좀 하자면 여기서 말하는 인격이란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할 수 밖에 없는, 그것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분명히 맞긴 하지만 이것이 "좋은" 창작자를 만들어내는 무언가라고 할 수 있을지... 뭐 그것밖에 할 수 없으면 타고난 재능이 있든 없든, 하는 것이 좋든 싫든 계속 할 수 밖에 없을 테니 좋아지기야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프로 창작가가 되는 사람들'의 필수요건 정도이다. '인격'이란 언어를 저렇게 돌려서 사용한 것은 좀 애매한 감이 있고.

대략적인 이야기가 끝나서도 보통은 보여주지 않는 후일담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타임라인 위에 난잡하게 복선 등이 흩뜨러지는 니혼바시 요코적인 스토리텔링, 혹은 애정 / 집착의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뒤에 같은 세계관이 '소녀 파이트'로도 이어진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참 두근거리기도 한다. 이런 뒷처리 역시도 일반적인 작가들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