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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어게인!!(アゲイン!!) - 쿠보 미츠로

by 노바_j.5 2016. 5. 7.

우연한 기회에 보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과, 순간의 강렬한 인상 만으로 3년 뒤에 문득 보고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마음, 그리고 '응원'... 이 세 가지를 참 맛깔나게 비벼낸 작품 아닌가 싶다. 사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가장 관심 있는 소재는 응원인 것 같은데, 이것을 스토리적인 중심에서는 약간 비켜놓은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마치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그리듯(...).


일단 여주인공인 우사미 요시코의 매력이 정말 빼어나다. 흔치 않은 스타일이지만 강력한... 개인적인 얘기지만 성격부터 외모까지 우사미 단장과 똑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감정묘사나 처리 등에 있어서 뭔가 묘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작가가 여자라고 알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녀를 다 설득시킬만한 재미를 갖추고 있고, 동시에 어느 쪽에서도 크게 눈쌀 찌푸리게 할만한 선정성이나 오버스러움은 지양한다. 작가가 만화를, 만화의 재미란 것을 참 잘 알고 그리는 구나 싶었다.


후반 들어가서 급격하게 힘이 빠지고 갈피를 못잡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인형옷 응원에서는 길거리 응원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도 있었지만... 하여간 엔딩과 끝무렵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해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


큰 흐름을 보았을 때, 이 만화는 야구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원래 갖고 있던 추진력을 잃어버린다. 짐작컨데 작가 측은 이것을 에피소드 기반으로 끌고 나가보자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훗날 인기 연예인이 되는 타카의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종래의 이야기와 별다른 연관점이 없으며, 이 경우 작가가 좋아하는 '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계속 그려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와, 작중 우사미의 졸업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주인공 이마무라의 쉽게 가라앉아버리는 성격 등을 감안하면 지속하기엔 난점들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다음 에피소드에서 졸업생들을 끌어들여서 확장을 도모해 보았으나 생각보다 좀 아니라고 판단되어 서둘러 종결시커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다. 사실 시바타 레오의 취급을 보았을 때 작가가 이야기의 틀을 다 잡고 그린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이 본편 중 최대의 떡밥거리라 할 수 있는 우사미 단장의 임신이다. 완결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건 그냥 뭐라도 던져보겠다고 뻘짓거리한 것 밖에는 봐 줄 수가 없으니...


하지만 '타임슬립'이란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에 관해서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찬찬히 돌아가 흩어보면 타임슬립 설정에 관해서 어느정도는 추론이 가능한 단서들이 깔려 있음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꿈'이란 형태로 어느 정도 두 세계를 잇는 통로는 존재하며, 시간 흐름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 (타임슬립한 시점에서 몇년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의식불명인 상태의 세계에서는 바로 넘어가버리는 것 처럼... 하지만 이럴 때 항상 만화의 여백 부분이 검은색으로 처리되는 것에 주의). 


둔탱이 커플의 케미스트리...


시간여행은 기본적으로 평행세계냐 같은 선상의 세계냐로 나뉘게 되는데, '어게인!!'에서는 이것을 처음에는 별개의 세계인것처럼 묘사하지만 나중에는 주인공인 이마무라와 우사미의 인연이 강해지고, 과거 세계에서 이마무라가 일으키는 변화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서 이것을 하나의 동일선상의 세계로 모으는 형태로, 혹은 타임슬리퍼의 의향과 그 강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건너뛸 수 있도록 수렴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역시 우사미 단장의 타임슬립인데, 불과 한달 반 전으로 건너뛴 것에 비해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나타나며, 작가가 어느정도 마무리에 염두를 둔 듯, 이 부분이 실질적으로는 스토리 마무리에 가장 큰 중심이 된다고 보인다. "그 사람을 찾으러 갈 거냐"는 테마가 되풀이되며 강조되고, 마지막 이마무라의 타임슬립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하염없이 찾고 그리워하는 모습.


극 초중반에 이마무라가 원 세계로 돌아온 이후, 과거 세계의 인물들이 조금씩 이마무라를 잊고 원래의 과거로 되돌려지는 시점에서 우사미 단장만이 어떻게든 이마무라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맨 처음 이마무라가 원 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사미 단장이 이마무라를 알아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전에 스즈키가 과거를 회상하려고 하니 강렬한 묘사와 함께 "어라... 왠지 기억이 잘 안 나네..." 하는 부분이 있다. 이래저래 그 세계는 이미 '어느 정도'는 변화의 영향이 미쳐진 세계인 것이다. 이 과거에서의 우사미는 아마도 이마무라가 과거 시점에서 그냥 혼수상태로 묻혀져버린 경우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이마무라가 행동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시간 흐름의 결과도 바뀐다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작가가 그때그때 보여주는게 가장 업데이트된 모습이라는 거다. 다만, 마지막에 죽음에서 살아난 이마무라는 '미래따윈 모르는 녀석이 가장 강한 법이다 (근데 나는 어설프게나마 과거 시점에서는 미래를 알고 있다. = 과거 시점에서 앞으로 발을 내딛기가 어정쩡하다.)', '결국엔 모두 사라지는 것'을 지나, '그러니까 (미래를 모르니까, 그리고 어차피 결국 다 무로 돌아가는 거니까 후회없이) 마음을 버리고, 또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신이 정말 있어야 할 세계"로 돌아간다. 간단하게 바라보면, 우사미와 함께 하고 싶지만, 과거에 이대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싶고, 다시 "현재"로 돌아가서 틀어진 것들을 '바로잡아야' 하기는 하지만 우사미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딱히 그러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어디까지고 찾을 것이라는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다시 미래(현재)로 점프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자신도 미래를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아마 현재로 한번 되돌아갔을 때에 우사미 단장이 자신을 기억한 것이 큰 담보가 되지 않았을까?


최후반, 장발의 이마무라를 본 우사미의 이후 대사들은 모두 후지에다가 아닌 이마무라에게 하는 말이다. ("더, 더 이상 엮이지 않기로 했어...!" "다시는 계단에서 떨어지지 말아라"). 우사미가 그 전후로 하는 말들을 보면 마지막의 우사미가 아는 이마무라는 죽었거나 의식불명이거나 대략 비슷한 상황으로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구를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마지막에 이마무라는 '우사미 단장이 자신(이마무라)를 잃어버린' 현재 시점으로 건너뛴 것일 테다. (혹은 두 사람이 동시에 다른 시점으로 타임슬립을 한 것일 수도)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변의 상황은 얼마나 바꿨는지 못바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두 사람에게만큼은 커다란 각인을 남겼으니까...


(아마도 정리하자면, 9년 뒤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고스란히 유지된 미래로 건너뛴 모습일 거고, 극 엔딩에서 도달한 세계는 이전에 자신이 있었던 세계로 '돌아온' 혹은 '제 3 세계'로 간 것일 확률이 높다. 다만 아마도 차이는, 우사미 역시 그 세계로 와서 같이 만난다는 것 아닐까).


이렇게 되짚어보면 대략적인 구상은 꽤 그럴싸한 것 같은데, 좀 더 매끄러운 마무리는 어려웠는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야구시합을 끝낸 다음에 잠깐씩 휴재를 하더라도 틀을 더 확실하게 잡아놓았더라면 상당한 명작으로 남았을 터인데... 뭐, 불완전함 그 자체 역시도 매력을 간직하고 있음은 틀림 없고, 비록 '총몽'같은 임팩트는 남기지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론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있을 작품인 것 같다.



p.s.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이 작품에 꽤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든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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