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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000/2000

감상 :: NieA_7 (니아 언더 세븐)

by 노바_j.5 2005. 8. 6.
니아 언더 세븐을 보기까지는 나름대로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가장 처음 니아 언더 세븐을 접한 것은 한국판 뉴타입에서였습니다. 잡지를 보던 중 누님께서 '이거 재밌겠다'라고 짚은 페이지에는 아베 요시토시씨의 일러스트와 함께 니아 언더 세븐의 소개가 실려 있었지요.

아베 씨의 일러스트가 으례 주는 독특하면서도 포근한 느낌과 함께, '낙제 외계인과 빈곤 재수생의 생활'이라는 어딘가 소박하면서도 괴상한 설정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담아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또 우연히 니아 언더 세븐의 사운드트랙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전부 경음악인데, 단순한 악기 편성으로 (기타 한두개라는 느낌이랄까 -_-;), 말그대로 '띵가띵가~'거리는 음악들이었는데, 굉장히 뭐랄까, 띵가띵가거리는 그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가끔씩 꺼내서 듣곤 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거죠.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니아 언더 세븐은 한마디로 '정감 가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상'이란 무엇일까요. '일상'이라는 단어라고 하면 의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진짜 일상같은 모습을, 니아 언더 세븐은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빈곤함입니다. (두둥;)

간만의 고기반찬


이런 빈곤함이 니아 언더 세븐이 시청자들에게 무리 없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큰 요소이고, 또 이런 빈곤함 속에서도 쓸데없이 좌절하지도, 오버해서 극복의 열의를 나타내지도 않으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또한, 니아 언더 세븐의 매력입니다.

니아 언더 세븐이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설적으로, 여느 작품들이라면 '엉뚱하다'고 느낄 요소들 때문입니다. 이런 일 저런 일, 작은 일 큰 일들이 일어나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그런 것들이라던지, 상대의 속마음을, 굳이 캐묻거나 하지 않습니다. 진짜 삶이라는 건, 갑작스러운 일도 일어나고, 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겁니다. 단지 유쾌하게 밀고 나가며 살아가는 힘,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움, 이것이 좋은거죠. 이 '쿨함'이, 니아 언더 세븐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려면, 오프닝의 가사를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오프닝의 가사가, 니아 언더 세븐의 주제를 정확히 해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니아 언더 세븐은 그다지 많은 자금이 투입된 작품은 아닙니다. 일괄적으로 무너지는 작화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빈곤함으로 점철되어있다보니, 작화가 망가진 것도 나름대로 어울리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래도 정말 심할때는 영 보기 힘들었지만...;;;)

또 한가지 느낀 점은 '그림'이라는 부분은 어쩌면 저예산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우선권이 낮은 부분 아닐까 하는겁니다. 얼마 전에 만화작가와 애니메이션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을 샀는데, 카와모리 쇼지 감독이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는 데에 있어서 타인에게 귀담아 들은 조언은 딱 두가지였다고 합니다. 하나는 토미노옹의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으면 최소한 3년간은 좋은 작품만 감상해라', 그리고 이시구로 노부오씨의 '항상, 스토리보드의 분할은 이미지가 아닌, 사운드에 따라 하는 것이 좋다'였다고 합니다. 이시구로씨의 조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죠. 예산 측면으로 따져봐도, 어림짐작으로, 작화 퀄리티의 작은 향상이, 상당히 큰 예산의 차이를 가져올 것 같고 말이죠.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점은 니아 언더 세븐의 탄생배경(?)입니다. 이 작품은 20대에게 어울리는 작품같고, 상당히 괴짜스러운 작품인데, 비록 1쿨(13화)이고 저예산으로 보이지만, 이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참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이오니어가 이래저래 엉뚱한 작품도 많이 만들고 하지만, 이런 시도도 뒷받침해주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런 투자야말로 전체적인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확장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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