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넷댄스로 읽지 않도록 조심하자(퍼벅)
우주 쓰레기로 인한 2068년의 사고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야기의 무대는 2075년 전후. 우주개발은 아직 지구 주변에 머물러 있는 초창기이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사회와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상태. 신입사원 타나베 아이는 통칭 '반과'로 푸대접받는 데브리(debris: 부스러기, 잔해) 과에서 일하게 된다. 데브리과의 임무는 바로 스페이스 데브리 - 우주 쓰레기 - 의 처리. 최초의 사고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나사 하나라도 잘못 맞게 되면 우주선이 난파될 수도 있으므로, 얼핏 보면 쓰레기 청소부로 치부될 듯 해도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다.
...이상이 대략적인 작품의 소개일 것이다.
타나베 아이와 데브리과 멤버들의 첫 대면
본격적인 감상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본 작품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우주개발이 순조롭게 (오버페이스일지도;) 이루어진 시대의 것이다.
달에 이미 거주구역이 만들어져있고, 달에서 태어난 속칭 '루나리안'이 지금까지 4명 있다고 한다. 극중연도를 보면 이해가 갈 듯도 하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인간 사회/문명의 발전'은 이것이 훨씬 가까운 미래인 듯 느껴지게 한다.
소개만 보면 주인공은 타나베 아이이며, '출동! 119 구조대' 혹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식의 이야기와 느낌이 될 것이라고 연상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다른 이야기.
플라네테스는 간간이 극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 만화적 요소와 코믹함을 도입할 뿐, 사실은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이다. 본인이 우주학도가 아닌 관계로 얼마나 실사자료에 근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아직 우주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걸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작화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나 설정의 리얼함이나 전문용어 선택 등,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에 쏟는 비중은 막대하다. (아마도 원작 만화가 따로 있다는 점이 설정면에서는 굉장히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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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묘사 이상으로,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현실적'이다. 사회의 냉혹함과 뒷꽁수, 개인과 소속된 단체 - 작게는 데브리과에서 크게는 회사, 나아가 국가간의 범위까지 - 내외로 일어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얼마든지 실제 상황에서 일어남직하다.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회적 리얼함'을 부각시키는 존재인 데브리과의 과장과 계장대리.
데브리과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두 사람은 이미 중-장년층을 맞고 있는, 사회에 찌든 월급쟁이의 표본이다. 개개인의 꿈을 잃고, 마누라의 등살이나 가족의 생계 유지 같은 '지극히 사실적인' 이유에 얽매여, 정년퇴직과 감봉에 연연하며 상사에게 잘 보일 궁리만 하는 두 사람은, 일반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렇다고 이들이 밉상맞거나 악덕한 캐릭터로는 전혀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신분에 신경을 기울일 뿐으로, 무능력하고 비중은 없을지라도 조화롭게 데브리과의 멤버들과 함께 호흡하는 엄연한 팀의 일원들이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여느 만화/애니에서라면 폄하당할 그들의 '사정'은 플라네테스 안에서는 존중받는다. 게다가 그리 다른 성향의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두 개의 캐릭터로 나눠져있다. 무시당하기 쉬운 캐릭터들이라고는 해도 이들의 존재의의에 실어주는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거의 유일한 만화적 캐릭터인 타나베 아이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여'주인공, 타나베 아이
그녀의 입버릇은 '사랑입니다!! (아이데스!!)' 다. 만화적이라는 것은 코믹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끝없는 순수함을 가리킨다. 그리고 너무나 사실적인 이 세계에서 그녀의 심지 굳은 순수함은 강력하고도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성품 말고는 특별날 것이 없는 그녀는 어떤 의미로(특히 초반에) 굉장히 짜증나는 인물이다. 현실세계에, 사회에서, 여러분이 만화에서 튀어나옴직한 순수함과 의지를 가진 인물을 만났다고 생각해보라. 신입 주제에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렬히 주장하고, 상부 명령에마저 대놓고 불복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굉장히 대하기 불편한 것이다. 이런 점들은 작품 내에서도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타인들의 입을 통해 여과없이 보여진다.
회수하려는 관을 가지고 대기권에 던져버리겠다고 협박하는 타나베.
타나베 아이는 그러나 완벽한 '초반공략용' 캐릭터이다. 가장 만화적이어서 감정이입과 이해가 빨리 되고, 순수한 심성의 사회 초년병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동질감을 불러 일으키기 가장 쉽다. 약간은 지루하고 답답한 플라네테스의 전개와 분위기는 '치밀하게 설정된, 사실적인 우주사회' 세계관에의 몰입을 위해 상당한 분량을 투자하는데, 타나베 아이가 몰고 오는 '이질적인 바람'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트러블과 에피소드가 아니면 전개부를 이끌어나가는 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플라네테스는 캐릭터보다도 세계관 몰입에 더 공을 들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흘러, 작품의 중심이 진정한 주인공인 하치에게로 서서히 옮겨지고, 좌충우돌하던 타나베 아이가 모두를 비추는 따뜻하고 작은 '빛'같은 존재가 되어가며 작품 내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갈 때, 플라네테스의 진정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진정한 리뷰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둥~ (퍽퍽퍽)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플라네테스의 이야기는, 설명이 어느정도 되고 나서야부터 서서히 캐릭터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그리고 뭇 남정네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등, 상당히 상식적인 캐릭터가 되어가는 타나베 아이 -┏).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하치마키(하치)가 있다.
플라네테스는 하치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다.
플라네테스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작품의 원동력인 '꿈'은 바로 우주이다. 플라네테스는 꿈을 이루려는 자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꿈 - 우주 - 를 누구보다도 갈망한 젊은 사회인, 하치를 통해 보여준다.
타나베 아이와의 감정이 깊어지는 나날들을 보내던 하치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공간상실증'이라는 후유증을 얻게 된다. 회복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반복되는 임상실험 중, 감각이 차단된 공간 속에서 하치마키는 무의식적인 공포가 만들어 낸 자신의 도플갱어(또다른 분신)와 대면한다. '너는 너의 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어"라는 도피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고선 타나베 아이와 결혼이나 해서 편하게 살고 싶은거지'라고 말하는 도플갱어를 향해, 하치는 악을 쓰며 부정하려 들지만, 그의 증세는 회복되지 않는다.
하치마키 발악중. 허상과 싸우다 진짜 이마가 깨진다;
도플갱어는 하치의 또다른 분신이자 도피욕구의 형상화다. 편한 핑계를 대려 하는 자기 자신을 향해 하치는 표면적으로 윽박지르고 몸부림치지만, 그것은 이미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이겨낼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하치는 공간상실증에서 회복하는데... 그 원인은 바로 새로 제작된 사상 최고의 엔진, 목성에의 첫 도전인 우주왕복선 폰 브라운호에 탑재될 엔진이었다.
정식명칭은 잘 몰라도 '탄뎀미러식 핵융합엔진'이란다.
이 '탄뎀엔진'은 하치에게 '평생토록 자기 자신과 싸워나갈 수 있는' 원천적인 원동력을 부여하고, 도플갱어는 다시 만나자며 하치 앞에서 물러난다. 탄뎀엔진을 떠올리며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우주비행사로서 부족한 점을 연마하기 시작하는 하치.
...그리고, 새롭게 무대에 등장하는 두 인물.
하치의 아버지 고로, 그리고 탄뎀엔진 개발자 록스미스 박사.
플라네테스의 새로운 진행과 흐름을 맞아, 데브리과의 상사 두명과는 정반대의 인물들 두 명이 등장한다. 하치의 아버지 고로는 화성을 수차례 왕복한, 우주기관사로서는 전설적인 인물이고, 록스미스 박사 역시 많지 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엔진을 만들고 인류 최초의 목성계획을 총괄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가진 천재다.
이 둘은 작품 내에서 가장 높은 입지를 구축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은 플라네테스와 시청자, 하치에게 있어 새로운 기준과 축이 된다. 이후의 하치를 포함, 이 셋의 주요 인물이 (중후반부터만 보자면 고로와 록스미스는 타나베 아이보다도 비중이 크다!) 가져다 주는 진행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는 정말 파격적인 충격이다.
고로와 록스미스는 일반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비정상적인 인물들이다. 록스미스는 목성계획을 위해 사람 몇 백명이 죽는 것 '쯤'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고로는 몇 년에 한 번 가족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가족은 우주를 누비고 싶은 자신의 열망보다 뒷전이다. 이 두 사람은 비슷비슷한 데브리과 과장, 계장대리와는 달리 두 사람 간의 명백한 차이가 있다. 고로는 기분파(좋게 말해 낭만파)에 개인주의적이고(이기주의가 아닌), 록스미스는 이성적이며, 고위공무원급 이상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분법 아닌가? 다시 말해 이들 둘은 '모든 선구자들'을 가리킨다(이 정도 높은 입지의 인물들은 이들 외에 부각되지 않는다). 데브리과 상사들이 그랬듯이, 이들 역시 플라네테스에서는 존중받고, 더해서 '대접'까지 받는 캐릭터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후의 하치를 포함한 이 세 사람이 서로서로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 내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라는 류의 이야기다.
다시 하치의 얘기로 돌아가자.
하치는 공간상실증 회복 이후, 탄뎀엔진과 목성계획에 빠져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을 뒷전시 한다. 데브리과를 빠져 나온 그는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가며, 친구와 언쟁을 일으키고, 스승을 경시하고, 가족을 무시하며, 사랑을 상처입힌다. 오직 합격률 수 만 대 18명인 목성계획 승무원 선발시험에 매진할 뿐이다. 자신에게는 꿈인 우주밖에 없다며.
스승이 돌아가신 사실을 뒤늦게 안 하치. 그리고 타나베.
어차피 홀로 살다 죽는거라는걸.
너의 스승처럼!"
도플갱어가 우주복이 아닌 평복차림이 되었다.
이번에는 '인간다움'에서 도망치고 있는 하치마키." tt_link="" tt_w="300px" tt_h="210px" tt_alt="" />
'쾅!'" tt_link="" tt_w="300px" tt_h="210px" tt_alt="" />
...아까워서 말이지!
너 따위한텐 못 주겠다!!!"" tt_link="" tt_w="300px" tt_h="210px" tt_alt="" />
그리고 몇일 후, 승무원 자격시험의 마지막 수순을 밟던 하치는 폰 브라운을 이용한 테러에 휘말리게 되는데, 아는 사이었던 테러리스트를 쏴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하치는 방아쇠를 당긴다.
이 쌈박한 새퀴, 표정 좀 보소...
발포는 총알이 없어서 미수로 끝나고, 테러는 진압되었다. 하지만 이 시각, 겸사 겸사 하치를 보러 폰브라운호로 온 타나베 아이는 상처입은 테러리스트와 구조캡슐에 타 폰브라운호와 멀어지고, 부상당한 테러리스트를 업고 인공시설을 향해 걷다가 우주복의 산소가 다 떨어지는 위기에 처한다. 테러리스트의 산소탱크에는 산소가 아직 남아있고, 타나베 아이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타나베, 너마저!!(...)
타나베는 결국 테러리스트의 산소탱크를 떼어내지 않았고, 그 결과 신경이 손상되어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같은 생사의 선택권을 쥔 자리에서 정 반대의 선택을 한 하치와 타나베...
얼마 후, 결국 하치는 18명의 승무원 중 한명으로 선발된다. 하지만 자신의 꿈 이외의 모든 것에 등을 돌려버린 하치는 메울 수 없는 허전함에 반 폐인 상태가 되고, 지구로 내려가 바이크를 타고 타나베를 찾아간다. 타나베가 사는 마을에 도착한 하치마키는 타나베와의 추억을 생각하다 그만 절벽 밑 바다로 빠지고...
그리고 하치는 심연의 바다 속에서 헤매이다 진리를 깨친다.
이미 그 일부이니라...', 득햏의 순간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해진다." tt_link="" tt_w="360px" tt_h="270px" tt_alt="" />
가까운 둑으로 올라온 그를 보고서
그리고 몇 개월 후,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주에 올라온 타나베 아이에게 하치는 프로포즈를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폰브라운호는 목성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고, 타나베는 하치의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하치를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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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엔딩은 이렇게 굉장히 도덕적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문제가 남아있다. 행복감 넘치는 엔딩으로 커버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플라네테스는 이것 말고도 하킴과 클레어, 사업부장, 연합의회장의 아들내미 등... 다양한 사회의 군상들을 등장시켜, '어른의 사회'에 대한 것을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며, 치가 떨릴 정도로 '현실성'에 집착한다(욕 아님). 이런 작품에서의 진지한 분위기 조성과 메세지는, 조금만 그 선이 대중적인 잣대와 비뚤어져도 자칫 굉장히 안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
두 개가 있는데,
첫째로는 여성 비하.
고로의 친구이자 하치가 하늘처럼 섬기는 스승님. 그의 마지막 말은...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걸 알려주마. 배에게는 항구가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기다려주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받아 주는... 그런 항구가 말이다. 기억해 두거라."
아니 옆 나라에서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한에 사무친 노래까지 있는데... -_-
죽고잡니?
물론, 긍정하지 않을 여성 시청자들은 어차피 휘 누님이라던지, 하치 시험동기인 금발머리 여자라던지... 다른 우러러 볼 캐릭터들이 있지만, 실제 이야기의 중심인 하치마키를 두고 볼 때, 여주인공인 타나베도, 하치의 어머니도 이런 식의 캐릭터이다(게다가 둘 다 굉장히 바람직하고 천사표인 여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보라. 이거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던가? -_- 당연히 타나베한테 공감이 제일 크게 갈 거다. (솔직히 타나베는 굉장히 일본적인 여성상, 혹은 남자들이 바라는 일본적인 여성상의 구현이다. 아기자기하고, 헌신적이고 순수하고 맑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한다. 자기 직책에 대해서는 긍지가 강하지만, 특별한 사회적 욕망은 갖고 있지 않다.)
이 사람이라던지 윗 스승 등의 여자관계 등에 대해서는 일절 다뤄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는 '위대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자의 초 헌신적인 내조는 필수다.' 라는 소리다. 본인도 훌륭한 내조가 만들어주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좀 도가 지나치달까 원래의 개념에서 조금 왜곡되었달까. 너무 바보같고 무조건적인 - 거의 복종같은 -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메세지는 그 자체도 그렇고 전달방식도 그렇고, 너무 강요성이 심하다.
뭐 그게 일본에 문화에 어울리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체다보니
그리고 다음 문제.
두번째는 '비인간적 성격의 합리화 / 조장' 이다.
이 문제는 위에서도 잠깐 내비쳤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위대한 자 =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는 제멋대로인 성격'이 마치 '필수'인양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작품 내에서 가장 위대하게 그려지는 세 사람 - 주인공, 고로, 록스미스 - 은 모두 이런 식이다. 고로와 록스미스야 두말할 것 없고, 하치가 록스미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때나, 결론적으로 시험을 "통과해나가는" 시기의 그는 분명히 성격적 결함이 있었다. 물론 업적을 남기고 싶거나, 톱의 위치에 오르고 싶으면 그것 하나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고, 이런 극단성은 어딘가 결함 내지 평범하지 않은 구석을 동반할 때가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절대적'이라던지 '필수'라던지라며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하치의 케이스를 다른 각도로 보았을 때, "인생과 삶, 사람에 대해 깨닫고 올바른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젊음이란 끝이 있고 그 젊음의 때야말로 미친듯이 달려나갈 수 있는거다"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이 문제점 두 가지의 정리다. 솔직히 저 두가지는 본인도 옳은 편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지만, 사회적 잣대나 도덕성으로 보았을 때 확실히 지적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쓴다. 도대체가 이 작품이 보여주는 현실 사회의 리얼함과 그 각도의 다양함에 비해서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세지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지만, 이 문제점들은 양날의 검이다.
마지막으로 하치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기간도 얼마 없었을 텐데에에에에에!!!! OTL" tt_link="" tt_w="360px" tt_h="540px" tt_alt="" />
ETC & Summary
문제점 두가지를 이야기하긴 했지만, 솔직히 본인은 이 작품을 굉장히 재밌고, 감명 깊게 감상했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원동력이 필요한 요즈음엔 이런 작품을 보는 것이 힘이 된다(그런데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그 힘이 퇴색됐다 제길 OTL). 솔직히 가장 처음 플라네테스를 보며 감탄하고 진짜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철저한 핑계의 파괴'였었고, 그 때 하치에게 강하게 몰입되면서부터였다.
:장점:
우선 이 작품의 설정의 탄탄함이라던지 사실적인 세계관 묘사, 다각도에서 비추는 현실사회의 투영 등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칭찬 받아 마땅하다.
원화의 퀄리티 역시 근래 본 것들 중 거의 가장 뛰어난 편이다. 거의 극화체의 그림인데다가, 비추는 각도 등, 그림 난이도가 어려웠다고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 이상의 그림과 움직임을 유지해 줬다(작화의 수준이 낮아졌을 때는 가끔씩 있었지만 그 빈도도, 정도도 잘 조절됐다). 화면 연출도 좋았고, CG와의 결합도 무리없이 부드러웠다.
:단점:
성우나 효과음은 큰 불만이 없지만 음악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플라네테스 같은 현실감 있는 근미래 우주물은 썰렁한 느낌이 들기 쉬운데,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 멀거니 있는 건 기계/건물과 사람들 뿐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나 비쥬얼 면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은 특히 더 사운드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운드트랙을 후일 들어 볼 일이지만, 작품의 이미지와도 같은 오프닝과 엔딩은 자연의 풍성함과 광활함, 원대함에 촛점을 둔 것 같은데 비해 작품 내에서의 음악은 특별히 거슬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귀에 들어오는 곡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려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마지막화 후반에 걸쳐 흐르는 노래 정도가 독립곡으로서 좀 괜찮았다고나 할까. 음악은 아쉽다.
또다른 단점은 스토리 진행. 설정과 세계관에 너무 집착했나? 중후반의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시작되기 전까지, 스토리 전개는 너무 페이스가 길어서 느슨해졌다. 또 장르/무대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고루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
:총평:
어느 정도 편견인식을 감안하고 보는 국내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 처럼, 어느 정도 포용심을 갖거나 동조되어 본다면, 정말 특별한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준을 높게 잡아도 7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20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꿈과 삶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다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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