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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000/1999

이웃집 야마다군

by 노바_j.5 2008.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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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으로 날리는 카운터펀치
[이웃집 야마다군]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애니메이션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질문이었습니다. [이웃집 야마다군]은 정말 순수한 '애니메이션'이거든요. 말이 어폐가 좀 있는 듯 하지만... 달리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 같은 것에 부합하지 않는, 그냥 원형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

비슷한 의미로, '만화란 애들이 보는것'이란 말이나 '작품성'에 관한 생각들도 머리를 스쳐지나가더군요. 누가 뭐래도 일본 제 1의 인기 애니메이션은 치비 마루코짱이나 사자에상, 도라에몽같은 작품들이고, 그 뒤를 잇는 것은 말그대로 청소년용 '아니메'입니다. 그것도 만화 원작이 다수... 나머지는 매니아층이 근근히 먹여살리고 있다고 봐야하죠. 그것도 원소스-멀티유즈 공략과 다양한 캐릭터상품에 힘입어서...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몇 년에 한번 씩 정도밖에 안나오는, 극도의 웰메이드 작품들밖에 없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작이나 [카우보이 비밥] 등.

그런데 여기서 이런 애니메이션이 떡하니 지브리에서 나와버리니... 재밌고 신기합니다. 혹은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봐야하는 것인가? 하는 자문을 해봅니다. 이웃집 야마다군을 보는 것은 마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의 단편들을 보는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같은 단편모음작이라도 [아즈망가 대왕]과는 다르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통(?) 애니메이션이 양식화된 아니메판에 날리는 카운터펀치'라고... 전혀 공격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스타일적으로는 원형적이면서도 혁신적입니다. 풀CG로 만들어져있는 작품이라 지브리의 기술력 또는 시험대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소소함
4컷만화가 원작인데... 가슴이 훈훈해지는 작품은 정말 훌륭하지만, 극장판에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일상의 소소함을 정말 기가막히게 잘 그려내고 있지만 각각 스토리의 연계성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는 입장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클라이맥스 시점의 긴장감 형성이라던가 (극화체 그림과의 교차가 인상적입니다), 처음과 마지막의 그 아름답고 화려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더불어 [이웃집 야마다군]은 결혼으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끝맺으며 돌아오지요. 개인적으로는 처음과 마지막같은 애니메이션들을 더 보고 싶었습니다.

마땅히 어울리는 포맷은 찾기 힘들지만 가장 어울리는 감상법은 디비디를 구입해서 생각날때 에피소드 하나씩 보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치유와 위안, 체념과 비움
치유와 위안, 체념과 비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많이 틀리게도 느껴지는 단어들이지요. 치유와 위안은 섬기는 자세에서, 체념과 비움은 부정의 유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웃집 야마다군]은 바로 여기에서 빛을 발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이런 위안과 비움에 눈돌리는 작품들이 드물어 보입니다.

'이렇게 편한 기분으로 웃어본 적이 있었을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사람의 생활과 깊숙이 맺어지는 매력이 있는 작품같습니다. '장편 극영화', 혹은 '아니메'에서 눈돌리고, 작품 고유의 매력에 흠뻑 취해서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케 쎄라 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