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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8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恋は雨上がりのように)

by 노바_j.5 2018. 11. 19.

더러운 중년남자풋풋 상큼한 여고생로맨스!

...로 여러 사람들을 거하게 낚은 작품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거 없다. 라기보다, 이야기의 주제가 실은 거기에서 비켜서 있다. '중년 아저씨들, 미성년한테 과한 관심은 갖지 마시라구요?' 정도라고는 좀 왜곡해서 말할 수 있으려나.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20대 여성이 약 40 중반정도까지는 결혼상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당히 보편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전에도 「백마 탄 왕자님」 이라는 2005년도 작품에서 이미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는 나이 차를 한층 더 키워버리지만, 상당히 그럴싸한 일이기에 좀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인데... 결론적으로는 이것이 이야기의 주제를 옆으로 빗겨가도록 하기 때문에 조금은 기분이 묘해진다. 작품을 계속 굴러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데, 맥이 좀 빠진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작품의 이야기 전개 자체는 자연스럽게 와닿는 편이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어른이 학생을 만나기에 가장 부담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를 깔끔하게 그려냈다.

사실 좀 자유스럽게 생각하면, 연애가 꼭 바로 결혼으로 이어질 필요도, 또 연애는 물론 결혼 역시도 굳이 상대방을 구속하는 것이 될 필요도 없기는 하다. 다만 이 작품은 사회적 통념에 끊임없이 빗대는 작품이고, 적어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현실적인 모습과 선택들이 많이 나온다.

가만히 보다보면 주변 인물들을 비추면서 은근히 '통념'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데, 아무래도 일본이라 그런건지, '남들의 시선 의식'은 좀 과한 수준이다. 좀 더 보편적인 커플링인 요시자와와 니시다, 아키라의 복귀를 간절히 바람과 동시에 '상식인'으로서 주인공 커플을 바라보는 아키라의 절친 캰 하루카, 그리고 보는 이들의 관념을 돌이켜보게 하는 쿠보 카요코, 카세 료스케 그리고 쿠죠 치히로 등등... (*주인공들이 남의 눈치를 본다는게 아니라, 작품이 계속해서 주변을 의식시킨다는 거다.)

감상을 하고 나면 간결하고 깔끔한 소설 한 편을 읽은 기분인데, 여주인공인 타치바나 아키라의 심리 묘사를 ~특히 시각적으로~ 정말 잘 해놨다. 캐릭터 본연의 매력도 어우러져서 캡쳐를 얼마나 해댔는지 모른다(...). 이런 아기자기하고도 유려한 영상화에 대해서는 역대 탑급이라고 할 만하다. 절제되고 소박한 느낌의 음악 역시도 이런 풍미를 돋운다. 애니메이션을 잘 살린건 이런 영상과 음악 연출의 공도 클 것이다.

약간은 치사하다고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이지만, 뒤집어 보면 입장과 나이 차를 떠나서 사랑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부분은 잘 짚고 있다. '사랑을 도피처로 삼지 말라'는 것. 더 나아가서는 남에게 기대거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꾼다는 식의 사랑보다는 '둘다 온전한 존재'로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즉,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다만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나와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버린 작가에게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결말에 대해서는 애니판이 그래도 좀 더 열어두었다고 하지만, 굳이 두 사람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파격적인 설정을 가져다 놓고 기존 관념에 전혀 도전하지 않는... 즉 '사랑 vs 꿈' 이라던가 '한 가지 일에 전념하려면 나머지는 다 버려야 된다'라는 식의, 통속적인 틀에 아무 의문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끼워맞춰지는 데에는, 답답하다는 비판 정도는 가해도 될 것 같다. - 「라라랜드」는 그것이 왜 안되는지를 절절하게 그려놓았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그것에 대한 고뇌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