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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8

달링 인 더 프랑키스 (DARLING in the FRANXX) - 결혼에 대해 생각하다

by 노바_j.5 2019. 7. 18.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런저런 코드나 '떡밥'들은 원만한 수준에서 뿌려졌으니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이 악역들의 목표라는 것은 좀 재밌었지만!)

로봇만화는 언제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는 장르였었다. 그리고 이 작품,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으로서, 생물로서 '본연'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시대의 아이들이 태초의 '원시성' - Ape(유인원), 자원이 고갈된 자연, 규룡 등으로 계속 레퍼런스되는 - 에서 얼마나 멀어져있는지를 반추하는 듯한 제작진의 눈길에는 측은함 같은 것이 담겨져 있다.

사념체를 통합하자는 악당들의 기치와, 기존 인류의 기억과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클론을 만든 인류(악역들의 개입이 어느정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간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도태의 길을 걸어간 인간 어른들에게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어딘가 알쏭달쏭한 현실의 상황 뿐이다. 강력히 통제되고 폐쇄적인 사회. 절대적인 시스템, 일방적인 소통. 붕 떠 있는 아이들. 그럼에도 어린 것들 특유의 생명력과 탄성으로 - 서로 이름을 지어주는 등 - 소중한 것들을 만들고, 본연에 가까운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지만, 어른들의 폭압은 이것마저도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18화 마지막의 독백과 이어지는 엔딩곡은 현실 속 아이들의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해보고자 한 흔적이다:

"우리가 찾아낸 이 장소는 몸을 온전히 의지하기엔 너무나 약해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언제나 금방 남에게 부숴지고 만다. ...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한다면, 우린 더 이상 남들의 손에 맡기지 않을 것이다. 우린 이제 한계다."

그리고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자유와 사랑이다.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문구 -

'우리 좀 사랑하게 내버려 두세요!'

결국 작품 전체의 핵심 모토는 이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좀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건강한 공동체로서 살기'? 4쌍의 남녀커플을 통해 다양한 관계의 형태를 보여주며, 이들의 선배 / 가이드적 역할을 해주는 것은 같은 패러사이트 출신의 하치와 나나이다. 이들은 어른과 아이들 사이의 끼인 세대같은 입장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이들과 같은 태생이며, 닥터 프랑키스와의 관계나 그간의 경험들을 통해 중간다리 적인 역할을 잘 해낸다. 물론 자유를 얻고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급자족에 대한 개발과 책임 등에 대한 고통도 같이 져야 하는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이들은 쟁취해낸다. 핵심적 역할을 하는 주인공 커플인 히로와 제로투는 그 안에서도 조금 더 신인류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아마 후속 세대 중에서도 혁신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나가기엔 조금 더 선구자적인 존재가 필요하리라. 어쩌면 그들의 희생도.

사회의 고령화와 미혼남녀가 증가하는 현상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진정한 자립에 필요한 자주성과 고난에 대한 부분 역시도 겪어낼 준비가 되어있을까? 폭등하는 집값에 대한 문제도 다르기는 하지만, 커튼을 뜯어 웨딩드레스를 차리고 척박한 땅을 일구어내는 모습들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다만, 순수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생각해 본다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