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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8

메갈로 복스 (Megalo Box / メガロボクス)

by 노바_j.5 2019. 6. 5.

'메갈로 복스'는 일본의 전설적인 헝그리 복싱 만화인 '내일의 죠' 50주년을 기념하여, 반쯤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작품이다.

'기어'로 대변되는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두어 차별점을 두긴 하였으나, 소위 '헝그리 정신'이라는 것은 요즘 시대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메갈로 복스'의 세계가 기술적으로 진보되어 보이긴 하지만 인터넷 등의 신시대 문물이 그다지 활용되지는 않고, 마치 '미치코와 핫칭(2008)' 속 남미(南美)의 황량함이 보이는 것은 '헝그리한 시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죠'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을 (짐작컨대) 벤치마킹한 것 역시도, '카우보이 비밥' 역시 시대적으로 올드했던 홍콩 느와르 장르를 SF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걸작이며, 스파이크 스피겔 역시 혼자서 과거에 살고 있는 듯한 이라기보단 실제로 그랬지만 특유의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작품을 볼 때에 가장 큰 쟁점은, '과연 그 시절의 뜨거움과 절박함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다. 이런 본질을 어떻게든 지켜내면서 어필할 수 있으면 '새 시대에 걸맞는 훌륭한 재해석'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시대착오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애매하다.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원작에서 여러 요소들을 차용하거나 오마주한 것 역시도, '(내적으로) 굳이 그렇게까지 얽매여야 하나?' 싶다. 그저 '50주년 기념작' 정도만 가져가도 되었을 텐데, 굳이 '원작'이라고까지 하면서 50년 전의 작품을 존중해주느라 오리지널 작품으로서 거동이 불편해진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부류의 작품이 괜찮은 퀄리티로 나왔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원작을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살펴보니 주요 캐릭터건 플롯이건, 큰 틀에서 옛날의 그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모습이다. 1쿨이란 분량 안에 복잡미묘한 관계들을 담기에는, 각각의 캐릭터나 상황들에 대한 개연성, 감정이입을 위한 시간 등이 많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아, 이 캐릭터는 원작의 누가 누가 모티브야. 느낌 알지?' 식으로 넘어가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도 '어... 그래, 대강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구나' 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원작에 대한 레퍼런스로 인해 스토리텔링은 그럭저럭 흘러가게 되었으나, 1쿨에 걸맞는 충분한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