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2015/2012

여름 눈 랑데부 (夏雪ランデブー)

by 노바_j.5 2018. 12. 19.


일본드라마
백귀야행의 중간 즈음 어딘가.

작품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얘기할 게 없는 것은, 완주한 뒤에 시간이 꽤 흘러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특출난 부분이 많지 않은 작품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보다는 사실 이 작품을 먼저 알았던 것 같다. 공통점은 Aimer 의 노래 때문이었고. 양쪽 작품 다 나이차가 꽤 나는 커플링을 반대 성별로 각각 그려냈기 때문에 비교해보는 것이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두 작품이 애초에 상당히 다른 작품이어서 비교하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나이 차이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이 "여름 눈 랑데뷰"는 연상연하 커플링이라는 점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사회적인 입장 차이가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은 남편'과 3각을 이루는 관계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다만 리뷰에서 언급했듯,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논란거리를 미끼로만 쓰고 제대로 직시하지 않은 듯한 아쉬움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은 그런 문제가 있지는 않다. 마무리보다는, 전 남편인 시마오 아츠시의 - 작가의 시선에서는 귀엽게 봐주는 - 찌질함이랄까, 집착이랄까. 그런것에 약간 넌더리가 나는 부분은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흡사 여주인공인 롯카처럼 담담하게 한걸음 한걸음 그려나간다. 아마도 보면서 답답한 기분이 가끔 들어도 너무 감정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정서가 원래 이런, 일본 드라마 스타일에 충실한 작품이고, 작가도 과하게 오버하지 않고 당연한듯 무심한듯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듯, 그러려니 하고 보다보면 실제로 시마오를 그저 비난하기는 힘들고, 상당히 애틋하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작품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백귀야행' 등에서 보이는 사후 세계관과, 시마오의 그림동화 그 자체의 풍경 등이다. (아마도 이 부분만 아니었으면 그냥 실사 드라마로 찍을법한 이야기와 분위기이다.) 모종의 '트리거' 같은 장치가 있을 뿐, 이승과 저승세계가 접경에 있는 듯한... 그리고 그림동화 속의 롯카는 시마오의 원념(?)으로 만들어진, 말그대로 창작물에 영혼까지 불어넣어 생명이 깃든 존재라던가.

롯카는 아무래도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지만, 단지 고전적인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이 나이만 좀 더 먹은 느낌이라 비난할 것까진 없을 것 같다. 그 와중에서도 마음의 결정이라던가 발언이라던가, 충분히 자기 몫의 할 일은 한다. 다만 그저 사랑받기만 하는 공주를 두고 남자 둘이 결투하는 이야기보다는, 롯카가 좀더 능동적인 캐릭터였으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즉, "여름 눈 랑데부"는 미망인을 포함한 연상연하 커플과 전남편 귀신의 매쉬업이라는 소재 면에서는 뭔가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는 있지만, 스토리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너무나 상투적인 공식에 고스란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빛이 바랜다. 현실의 롯카든 그림동화 속의 롯카든, 면피할 수 있을 정도의 개입과 행동은 있지만, 결국에는 곁가지에 머물 뿐이다.

일본풍의 짧은 연애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 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