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6~2010/2006

부활하는 하늘 - Rescue Wings

by 노바_j.5 2007. 7. 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놔, 어느 **놈이 이게 2006년도 최고의 작품이래!

당 사이트의 영문 아니메 DB에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모든 일본 대중 애니메이션의 목록이 짧은 평가와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이참에 제가 부여하는 점수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사실 모든 작품은 기본적으로 50점을 주고 시작합니다. 즉, 별 하나짜리 작품은 사실 별 여섯개짜리 작품이라고 봐도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빵점을 준 작품이 두 개 있습니다. [에반게리온]과 [반딧불의 묘]가 그 주인공들이지요.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추가시킬까 말까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2000년을 넘어가면서 자위대의 미디어 진출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습니다. 육해공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품들이 나왔는데, 영화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도 예외는 아니지요. 실제로 자위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는 [부활하는 하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인명구조'... 참 허울도 좋습니다.

저는 [출동! 119 구조대(메구미의 다이고)]같은 만화도 참 재미있게 봤고, 소방수같은 인명구조 분야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씩 할 정도로 인명구조라는 것을 좋고 멋지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부활하는 하늘]도 사람들의 워낙 좋은 평가들이 눈에 띄어서, 가끔씩 보이는 자위대 관련 내용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즐기자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가 거듭할수록 그게 아니더군요. 사실 보면서 화가 좀 나는 것은 단지 비열한(?) 홍보방식을 떠나서 하필 제가 좋아하는 소재/주제를 가지고 이용해먹었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가장 표면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은 끊임없는 '일본해'의 표현입니다. 가끔씩 필요할 때에 그것을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에서 만들은 애니메이션이니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민감한 문제임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일본해'를 전면에 배치시킵니다. 식당 이름부터 시작해서, 아주 시도때도 없이 집어넣더군요.

또 하나는 구조대라는 허울을 내세워서 자위대를 굉장히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물이나 기관적인 것에만 제한되지 않고, 그들이 사용하는UH-60J 블랙호크의 위용도 크게 부각되고... 이 점이야 뭐 따로 짚는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비춰지는 것이니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리얼리즘? 그것 역시 작품을 팔 수 있는 매력포인트, 그리고 '멋'이 될 뿐입니다.

음악 역시 굉장히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음악들이 강하고, 편곡 스타일 역시 -제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군용음악이 연상됩니다.

사실 무엇보다 회를 거듭하면서 제가 '자위대 중심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꾸준히 반복되는 위 요소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 중심인 스토리에 있습니다. 뭐가 문제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조직'입니다. 작품을 보면 '참 교과서 내용같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아주 교훈적이고 정석적인 그런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중시하고 그리는 사람이란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조직의 일원'입니다. 여자친구 메구미와의 얘기는 양념에 불과하고, 동시에 '조직의 일원 남자를 어떻게 챙겨줘야 하는지', 그리고 '스스로도 꿋꿋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라'라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작품은 단지 '가장 비극적이고 스케일이 큰 사건'으로 끝이 날 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 작품이 어째서 작품을 아우르는 드라마나, 클라이막스와 결말이 없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속내를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엔딩에서는 빙점을 찍어줌으로서 그 의도를 슬며시 내비치는데, 그것은 '구조대에 꼭 들어갈거예요'라고 얘기하는, 모범적인 사토루. '부활하는 하늘'이라는 화두, 그리고 창공을 가로지르는 전투기... 참고로 작중에서 헬기조종은 전투기조종에 비해 열등하다는 의식을 내비치고 있는데, 그 문제는 '맡은 바 일에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라'라는 당부로 은근슬쩍 넘어갈 뿐, 근본적인 의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도중의 전투기 관련 에피소드는 '구조역과 헬기에도 충분한 역할이 있다(=그러니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 뿐입니다) 처음엔 현실주의적인 좋은 충고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이게 그렇지가 않더군요. '그래, 이렇게 조직에 순응하고 충실해져야 하는거야'라는 제시랄까... [부활하는 하늘]의 인물이나 고뇌에는 깊이가 없습니다. 다양한 '상황'은 나오지만 다각적인 '시각'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이런 식으로 살짝 비틀려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딱 자위대가 민간구조에 참여하는 것 만큼 비틀려있습니다) 그리고 비틀려 있는 방향은 '자위대'와 '부활하는 일본(의 군(軍))'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자전거를 내달리는 주인공의 모습과, '내 하늘은 아직 부활하지 않았다'라는 마지막 대사... 이 화두와 엔딩은 다중적인 것이고,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주인공 우치다 카즈히로의 그 너무나 '모범적인' 목소리... 작품을 다 보고나면 참 가증스럽기도 합니다. 뭐, 뭣인들 안그렇겠냐마는.

p.s. 반면교사로 얻은 깨달음은 있습니다. "의병도 병사구나"...
p.s.2 그리고 이시즈카 운쇼씨.. 정말 징하게 자주 보는군요;

'2006~2010 > 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니와 클로버 II  (2) 2008.11.17
시간을 달리는 소녀  (16) 2008.01.11
BLACK LAGOON The Second Barrage  (0) 2007.01.31
에르고프락시 (Ergo Proxy)  (1) 2006.12.27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분석  (0) 200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