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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6

허니와 클로버 II

by 노바_j.5 200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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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제는 말그대로 '청춘'이다. 다양한 군상들을 설득력 있고 개성있게 그려놓았고, 그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와 사랑을 그렸으며, 사회로 나아가기 직전의 심경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1기가 대학교 1~3학년의 이야기였다면, 2기는 대학교 4학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각자의 '자리잡기'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전체의 과정이나, 각자 다르게 자신의 삶을 찾고 적응해 나아가는 모습도 대단했지만, [허니와 클로버II]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천재'의 해석이다. 천재의 범인(凡人)스러운 모습. 그들의 고독과, (천재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좌절'. 젊음도, 재능도, 고뇌와 좌절도, 누구에게 있어서나 평등하다고 [허니와 클로버II]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허니와 클로버II]는 보고 나면 감성적으로는 만족스러워도,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작가의 장난에 놀아났다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그것은 엔딩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었던 타케모토는 2기 내내 그야말로 조연 중의 조연으로 전락해버린다. 1기에서는 분명히 밝아보였던 하구와의 관계 진전도 당연하다는 듯이 없던 일처럼 되어버리고, 사랑싸움에 있어서도 제대로 비중도 주어지지 않은채, 2인자도 아닌 3인자, 열외자로 무너져내린다. 버렸던 타케모토를 갑자기 마지막에 다시 주인공 노릇 시켜먹는 것은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최악의 악수(惡手) 아니었을까. 비중없던 타케모토가 얻은 것이래봐야 고작 '사랑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 (혹은 현실?) 정도 뿐이니 말이다. 억지로 끼워맞추고 아름답게 꾸며서 감동을 주려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아름다웠다고? 의미가 있었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1기 시절의 이야기다. 2기는 (순서대로) 마야마와 모리타, 하나모토의 이야기였다. 타케모토 중심의 엔딩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면 그 나름대로의 전개를 보여줬어야 했으며, 서술자 수준에서 무리하지 않게 타케모토가 이야기를 정리하며 끝냈을 수도 있었다. 이 갑작스럽게 치우친 엔딩만 아니었다면 2기는 2기대로 훌륭한 작품으로 끝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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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품 내내 그랬듯- 분위기는 일품.


그렇다면 차라리 1기에서 멈추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허니와 클로버] 2기는 1기의 연장선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작품 방향은 정반대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에도, 별개의 작품으로 보기에도 어정쩡하고, 분량조절에 있어서도 애매하다. 어쩌면 - 원작은 보지 못했지만 - 1기 제작 당시에도 원작은 연재도중이었기 때문에 2기로 넘어오면서 제작방향이 틀어져 생긴 오류 아닌가도 싶다. 경쾌한 리듬이나 유려한 영상, 섬세한 은유와 노련한 감정조절 등은 여전히 훌륭하다.

청춘의 미학
[허니와 클로버]는 무엇보다도 '청춘 하악하악'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청춘'에 열광하는 노인들과 무수한 조연들의 모습이 바로 작품의 전체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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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청춘덕후들(...)


노미야나 하나모토의 경우에서 보듯이, 청춘이란 것은 꼭 어떤 - 대학생 시절이라던가 - 나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야마의 경우는 역으로 상당히 성숙하기 때문에 솔직한(?) 모습을 많이 비치지 않는다. 뭐, 리카에게 온몸으로 부딪히는 행위 자체가 청춘의 마음이라면 또 그렇다 하겠지만.

청춘은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변화한다. 현실은 손에 잡히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으며, '승부의 때'이기도 하고, 또 그렇다고 '결말의 시간'은 아니다. 모든 캐릭터가 기대 밖의 관계를 이루게 되고, 또 모든 캐릭터가 묘한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억지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낭만적이고 포근한 시선과,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철학은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떤 면으로, 너무나도 현실을 잘 답습했기에 애잔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청춘의 터널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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