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6~2010/2006

시간을 달리는 소녀

by 노바_j.5 2008. 1.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최고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게 아깝지 않은 수식어입니다. 사실 가만히 돌이켜보건데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어 2007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처음 틀고서 놀란 것은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보통 하던대로 자막을 읽으면서 보려다보니 '엇 이게 아닌데?' 싶더군요. 그래서 자막은 켜놓아도 눈은 화면 전체에 두고 봤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렇게, 이전에 없던 독특한 느낌과 어법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일반 일본 아니메같지도, 지브리스럽지도 않습니다. 그 생동감과 자연스러움, 일상성, 전에 보지못한 '활력'을 전해주는 것을 보면 영화스럽기도 한데, 또 그것에서도 탈해있습니다. 세가지를 전부 담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치밀한 묘사 속에 담겨진 커다란 순수함과 감성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사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라고 봅니다.

호소다 마모루와 스탭진들이 정확히 노리고 공유했다고 느껴지는것이 바로 이 '순수함/감성'의 느낌입니다. 진정한 '타입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성우들의 채용과 연기. 경악스러운 퀄리티의 화면과 이상하리만치 대조되는(마치 빨아들이는듯한), 음영없고 흔들리는 듯, 얼핏 보면 '엉성한' 작화. (자세히 보면 미묘한 표현들이 엄청나게 잘 포착, 묘사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분량의 -그러나 자연스러운- CG활용.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난 연출력이 빚어내는 긴장감이 일품인 장면.

이 현명하면서도 독특한 어법의 느낌은 작품 전반에 깔려있어서, 화면구도나 음악의 사용에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계속 반복되는 시간 / 장면들과 더불어 아주 독특합니다. 동영상이라는 것은 자체적으로 시간에 그 기반을 둔 매체이기 때문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도 묘한 상성을 이룹니다. 화면 연출은 이 훌륭한 성장담에 어울리게 시종일관 대치되며 '선택'과 '결단'을 묻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자주 보이는 전형인 '일상 -> 그 속에 섞여드는 진지한 비일상' 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일관된 템포를 유지하네요. 그런데서 빚어지는 분위기 전환같은 것을 보면 봉준호 감독 특유의 분위기 넘나들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를 들면 이런 부분. 사실 클라이맥스 부분은 쉴새없이 보는이를 휘몰아치는데도 끊임없이 그 템포를 집어넣는다.

캐릭터 중에 독특한건 단연 이모더군요. 원작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작품을 차분하게 눌러주고 잡아주는 캐릭터. 첫 등장이 아름답죠^^ 그리고... 스페셜 피쳐나 성우들 정보를 보니, 단지 첫 성우연기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아니, 어쩌면 한명 정도 빼고 -_-) 굉장한 선남선녀더군요! *ㅅ* 호소다 감독의 취향인지...; 뭐, 하지만 그렇더라도 굉장히 적확했다고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고의 연기!

뒷사정
일본개봉 즈음 들은 가장 얄궂으면서도 재미있다고 느낀 이야기는 감독 호소다 마모루와 지브리의 관계 이야기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스토리적으로 구멍이 있던 것은 제작 '도중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들어오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것인데, 그 전에 제작을 맡고 있었던 것이 바로 호소다 마모루지요. 꽤나 부당하게 도중퇴출된 그는 '이제 망했구나' 하면서도 힘겹게 다시 (화려한) 스탭들을 끌어모아 와신상담, 절치부심하여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완성시켰는데, 지브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들 고로를 데려다 만든 [게드전기]와 정면대결합니다. 그 결과는 겉보기엔 [게드전기]의 승리일지 모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압승이라고 일축할 수 있지요. 이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인간사의 재미도 느껴지고, 세상은 역시 그렇게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슴 벅찬 하늘과 구름

애니메이션의 미래
호소다 마모루가 지브리와 엮였던 것도 후계자 문제에 얽힌 일이었고, 제가 계속 '독특하고 새롭다'는 말을 하는 것도 나아가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와 맞물리는 얘기입니다. 작품 특유의 느낌은 새로운 감각(감독)과 숙련된 기술(베테랑)들이 함께 빚어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비록 그것이 '덜 애니메이션스럽'더라도, 지브리에서 버림받은 그가 새 시대에 맞는 - 아마 '상상동화'를 좋아하는 지브리는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을 방향의 - 감각으로, 긍정적인 가능성을, 지브리 밖에서(매드하우스)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의 이야기 진행도 굉장히 흥미진진하네요.

느낌
아니메의 스타일, 순수와 감성, 지브리의 밀도와 풍성함, 영화의 심도와 실제감을 전부 갖춘 '포용력'을 가진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저에게 정말 '가슴 뭉클하다'라는 것이 뭔지를 알려줬습니다. 어휴... 원래는 이 모든 순수함을 가능케 하는 마코토란 캐릭터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함과 시간을 되돌려도 붙잡을 수 없는 그 의미같은 감성적인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할 것이 너무 많다 보니까 딱딱한 이야기만 하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군요. '시간이동'이란 소재는 언제나 그 일관성에 헛점이 드러나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런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관객을 데리고 순수함과 환상이 교차하는 세계를 통과합니다. 개인적으로 작품관람 중 어느 순간 이렇게 가슴 깊은 곳이 크게 울렁인 작품은 [마크로스 플러스 극장판], [쟈이언트 로보 OVA] 이후로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이후의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뭉클'... 제 가슴은 여기서 터져버렸지 말입니다. 표정은 어찌 또 그리 잘 잡아냈는지...




'2006~2010 > 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하늘의 기적 (星空キセキ)  (0) 2009.01.11
허니와 클로버 II  (2) 2008.11.17
부활하는 하늘 - Rescue Wings  (4) 2007.07.31
BLACK LAGOON The Second Barrage  (0) 2007.01.31
에르고프락시 (Ergo Proxy)  (1)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