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확실히 인기를 끌었던 [엠마]. 사실 작가가 여자라는 데에 놀랐다.
지금와서 캐릭터 등을 돌아보면 그럼직도 하지만, 여성작가 치고는 그림이나 연출 등에서 굉장히 우직한 데가 있다. 무엇보다도, [엠마]를 읽으면서 열광할 독자 층은 여자라기 보다는 남자 쪽이라는 느낌이다.
전통적인 여성성으로의 회귀와 더불어, 매니아들의 기호인 메이드를 현대의 변태적인 차용이 아닌 실제 모습에 가깝게 드러낸다. 근래의 주류 성향에 비교하면 완벽한 카운터펀치 같은 작품이다. 전형적이었던 것들에 대한 향수와 메이드라는 요즘의 인기 소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케이스. (물론 작가 자신이 딱히 이런걸 계산하고 만들지는 않은 것 같지만;)
[엠마]의 이야기 면의 완성도는 딱히 뛰어나 보이지 않지만 메이드라는 소재를 위시로, 당시의 영국이란 하나의 '세계관'에 굉장한 천착을 보여준다. 유달리 튀는 하킴 일행 정도를 제외한다면 어쩌다 본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들과도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고... 덕분에 그 분위기 하나만큼은 압도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실제 영미권의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뭇 궁금하다.
p.s. [엠마]에서 그려지는 메이드들의 생활상이란 어찌 보면 수도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엠마]의 그런 이상향적인 모습 자체가 상당히 미화된, 일본만화스러운 모습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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