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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9

전파적 그녀 [2009]

by 노바_j.5 2010. 10. 11.
[전파계]는 일본에서 과대망상에 빠져 사는 사차원적인 인물들을 부를 때 쓰는 수식어다. '의식이 어딘가 다른 주파수(전파)에 맞춰져있는 것 같다'는 뜻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주변에는 허경영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히로인 '오치바나 아메'가 대표적으로 이런 전파계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실 주인공인 '쥬자와 쥬우'를 제외한 [전파적 그녀]의 등장인물들은 선악을 가리지 않고 전부 꽤나 비정상적이다. (덧붙이자면 쥬자와 쥬우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전부 여자다...) 범상치 않은 몇몇 인물들의 배경은 후속작격인 (그러나 애니메이션화는 더 일찍 된) [쿠레나이] 에서 어렴풋이나마 설명되는 듯 하다.

라이트노벨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극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일상 속의 비일상'에 대한 집착과 미학에 더불어 중고등학생들이 빠져들만한 유치함(?)이 꽤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서 어느정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정신나간 인간들이 넘쳐나기 때문일까. 같은 해에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케모노가타리]를 좀 더 현실감 있는 배경으로 그려낸다면 이런 작품이 될 것이다.

분량이 짧은 것도 있겠지만 스폰서도 충분했던지, 성우진의 인지도나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다. 작화가 그림체를 못따라잡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뎃생력이 떨어지는 듯한 그림체가 되려 작품의 퀄리티를 낮아보이게 하는 신기한 상황을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화는 뛰어나고 연출도 괜찮은데, 원 그림작가의 그림을 애니메이션 용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나 콘티를 원화로 제작하는 단계에서 뭔가 오류가 난 듯...;) 캐릭터의 색 지정에도 문제가 보인다.

원작을 축약하면서 템포가 좀 빡빡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야기 구성 등의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연출에선 어느 정도 실험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고. 단,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랄까, 뒤에 깔려있는 전체적인 마인드에 거부감이 든다. 단절되고 짓눌리는 요즘 청소년들에 대한 측은함이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전이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