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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8

나츠메 우인장 (1기) [2008]

by 노바_j.5 2011. 1. 9.
잔잔한 인기를 불러모았던 [나츠메 우인장] 1기를 보았다.

영력을 가진 주인공 '나츠메 타카시'가 귀신을 봄으로 인해 소외받는 삶을 살다가, 역시 영능력자였던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사망)의 옛 동네에 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놓는 작품이다.

2대 윗어른에게서 물려받은 재능, 옴니버스 형식, 보호령의 존재감 등 설정면에서는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꽤 있지만,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을 강조한 치유계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느껴진다.

이런 영능력자 물에서는 인간과 귀신과의 얽힘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물질적인 세상과 비물질적인 영계의 경계가 어떻게 그어지는지에 따라 작품의 그럴싸함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츠메 우인장]은 약간 아리송한 데가 있다. 훈훈한 분위기 상 주인공 나츠메 타카시가 귀신들과 상당히 적극적으로 어우러지게 되는데, 초반에는 그 접점을 나츠메 레이코의 사연으로 메꾸게 되지만, 이야기가 원패턴적으로 고정됨에 따라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관계와 이야기를 꾸려가게 되면서 물리적인 경계가 무너져버리는 현상이 줄곧 드러난다.

또 한가지 [나츠메 우인장]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본인이나 할머니 레이코의 '과거'가 이야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거의 이야기들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주인공도 인간사회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괴로움이 작품이 주장하는 만큼 와닿지는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태도도 어딘가 일변도적인 데가 있고, 옴니버스 형식에 충실한 이야기 구조는 각 에피소드나 등장인물들 간의 유기적 연계를 이루지 못하는데, 이 점은 특히 전체적인 이야기와 관계, 총체적 세계관을 중요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에 있어서는 빈약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공감하는 테마인 '고독함'을 소외받는 자들끼리의 교감으로 치유하고, 그 대상을 인간에서 귀신들에게까지 확장하는 따스함은 [나츠메 우인장]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더불어 영상면으로는 상당히 저예산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성우들의 연기와 음악에 많은 도움을 얻는데, 훌륭한 사운드트랙은 물론이고 각 화마다 번갈아 등장하는 A급 성우들의 출연은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아직은 원작에서도 레이코의 이야기는 많이 드러나지 않은 듯 하지만, 애니메이션 2기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