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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8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시즌 2

by 노바_j.5 2012. 2. 8.


1기를 보면서는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으나, 1기 마무리와 2기 초반에 걸쳐서 맥이 좀 빠져버리고 말았다. 1기 전반에 걸친 엄격함이 무너지고 정반대로 보통의 '중2병' 스러운 느낌이 전개되어버렸으니, '다케다 세이지가 또다른 코드기어스2를 만드려고 1기를 이용해먹은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과관계적인 설득력은 여전히 갖추어주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면서 다시금 재미있게 볼 수는 있었지만, 1기 때에 느꼈던 특별함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퀄리티나 밸런스, 제작진의 비범함(?) 등 전체적으로는 역시 강점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음악과 스토리 구축/연출 아닐까. 사실감이 약해지면서 SRPG적(?)인 재미나 감동의 깊이는 좀 부족해졌지만, 반대로 캐릭터 중심이 되면서 덜 서술적이 된 것은 나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복잡한 관계나 스토리, 각종 주제 등을 잘 짜넣은건 대단하다. 반면 너무 이야기가 다양하다 보니 어떤 '하나의 테마'를 구심점으로 꽉 뭉쳐진다는 느낌은 부족했다. 주인공들(프로타고니스트)의 어떤 원초적인 욕망/목적이 묘하게 흐릿해지기 때문.

예전 어딘가에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면서 자기 자신은 바뀌려는 생각을 않는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세츠나의 어떤 구도적인 태도에서 멋진 해답을 찾아낸 것 아닌가 싶다. (오히려 '열반' 운운하는 그라함이란 ㅡ.ㅡ) 더불어 테마적인 면으로 더블오를 보았을 때 가장 관건이 되는 인물은 마리나가 아닐까? 세츠나와 마리나와의 관계는 서로의 길을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는 하나의 길이자 상호 보완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성격을 띄운다. 이런 면에서 돌이켜보면, 2기를 통해서 가장 크게 무언가를 보여준 인물이 바로 마리나 이스마일일지 모른다. 1기에서 철부지 평화주의자 공주님처럼 나왔던 마리나가 2기에서는 오히려 어떤 누구보다도 묵묵하고 꿋꿋이 자신의 의지를 - 마치 1기의 정서에서 느껴졌던 그런 엄격함으로 - 끝까지 관철시키는 유일한 인물인 것이다.

가장 아까웠던 캐릭터는 아뉴 리터너. 이야기 내용 면에서도, 비중 면에서도 그렇다. 참고로 [기동전사 Z건담]에서 로자미아 바담을 보면 도저히 작품에서 주장하는 것 만큼 예쁘거나 안타깝다는 몰입을 하기가 힘들었는데, 아마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면 이 어뉴 리터너랑 굉장히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사지는 카츠 혹은 하사웨이의 느낌 (인생 성공해서 다행). 제일 애매해진 캐릭터는 그라함 에이커. 진정한 승리자는 역시 패트릭 콜라사워 ㅡ.ㅜ)b

1기와 2기의 갭만 어떻게 했어도...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과거의 건담들을 끌어안으며 높은 완성도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렇게 재미있게 빠져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오래 기억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1기 리뷰 보러가기


p.s.
- 헬멧 쓰고 있으면 도저히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다 orz
- 그런데 신기하게 캐릭터들 끼리는 헬멧을 쓰고 있어도 무지하게 잘 알아본다. 심지어는 안쓴 놈보다 쓴 놈을 더 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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