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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1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あの花)

by 노바_j.5 2012. 8. 15.

보통 '과거에 사로잡힌', 즉 회한에 관련된 이야기는 소년물보다는 성인물에 가까운 소재이지만, 『아노하나』에서는 '과거에 대한 극복'을 '치유와 성장'이란 테마로 전이시켰습니다. 참으로 묘한 느낌의 크로스 장르 이야기랄까.


아노하나의 등장인물들은 병적입니다. 어릴 때 깊숙히 뿌리박힌 죄책감과 트라우마, 서로에 대한 뒤엉킨 감정 등... 그리고 모든 것의 핵심인 '멘마'라는 캐릭터는 되려 가장 해맑다는 것이 대조를 이루는데, 사실 스토리상 멘마는 아노하나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얄궂은 운명의 피해자이자 모두가 가진 트라우마의 근본, 등장인물들이 가장 용서받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가장 용서해주고 싶은[각주:1] 애증의 존재. 나머지 캐릭터들은 - 비록 매력적이지만 - 근본적으로는 같습니다.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중복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웬지 엑스트라 취급받는 멘마 어머니가 제일 불쌍 ㅜ.ㅠ


곁가지로는 '부모의 마음'같은 부 주제도 있지만 아무래도 좀 약하고...[각주:2] 내면적(심정적)으로 극단적인 설정과 이야기이고, 심리묘사도 훌륭하게 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멘마를 '순수'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아노하나 이야기의 큰 줄기를 '사춘기에서 성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좀 과격하게) 그린 이야기로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각주:3]


스타일 상 여러모로 비슷한 『토라도라』를 즐겁게 보신 분들이라면 아노하나 역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다만 이 쪽(아노하나)에서도, 원조교제나 여장남자 이야기가 진지하게(...) 그려질 정도로 대담하게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보여주지만, 드라마 자체를 위해서인지 이야기에는 좀 구멍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마지막 역시도 조금 감정과잉이 아니었을까 하는... 노래로 비교하자면 윤민수보다는 김연우 스타일의 마무리가 어울리는 작품 아니었나 합니다. 결국 감정 위주로 풀어나간 작품이 된 것은 살짝 아쉽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합니다. 그리고 퀄리티가 완전 대박... 작화가 가장 무너질 때에도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에 따라 작화질을 조절하는 센스에, 안그래도 힘이 들어간 1화는 거의 극장판 수준!


성우는 다들 잘 했지만 '아나루'를 연기한 토마츠 하루카는 특히나 독보적인 느낌입니다. 경력을 감안하면 멘마 역의 카야노 아이도 무서우리만치 훌륭했구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나 매력도 뛰어난데, 토라도라에서도 느낀 거지만 이 제작진은 인물의 양면성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잘 잡아내는 듯.




  1. '너 때문에 내가 누구누구랑 잘될 수가 없었다 요 나쁜년!'이라던가, 갑자기 죽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 등. [본문으로]
  2. 그러나 진땅 어머님의 통찰이나 마음씀씀이는 역시 甲. [본문으로]
  3. 제작진은 성선설을 믿으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년기에 집착하지 말고, 과거를 극복,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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