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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1

Working'!! (TVA 2기)

by 노바_j.5 2012. 12. 27.

1기 「Working!!」이 다분히 산발적인, 재기발랄한 감각에 의지하는 느낌이었다면, 2기 「Working'!!」은 개그만화로서의 포맷이 훨씬 더 잘 자리잡힌 느낌이다. 각 캐릭터가 자신의 포지션을 완벽히 구축하고 그 역할수행에 충실함으로서 약속된 듯한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그런 만큼 약간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느낌이나, 다양한 분위기 / 이야기로 발전 가능한 모종의 '여백'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약간 아쉬울지도...?


잠깐 옆길로 새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Working'!!」을 보는 내내 '스누피'로 유명한「피너츠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이 생각났었다. 「피너츠」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한가지씩은 꼭 부족한 데가 있는데, 작가인 찰스 M. 슐츠는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나온 것이라 하며, 그런 캐릭터들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는 시선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다. 비슷한 개그만화 명작이고 4컷만화가 원작인 「아즈망가 대왕」에서도 캐릭터들은 두드러지지만, 「Working'!!」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꼭 한 가지 씩, 이들은 - 부족함이라기 보다는 - '유별난' 구석이 있다. 

굳이 작가가 「피너츠」를 의식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은 (작가가 그렇게 기틀을 잡았다는 점에서, 또한 대중에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슐츠가 첫 연재를 시작한 이후 60여년의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한 현대문명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딱히 부족할 것 없는, 하지만 대신 무언가 한가지 씩 '별난' 구석이 있는 사람들. 작품을 통해 흐르는 일본 특유의 정서나 개그 코드 등과 더불어 비추어보면, '현대'의 '일본'이 내놓을 수 있는 「피너츠」같은 느낌이랄까... 이것이 「Working'!!」을 이루고 있는 가장 큰 줄기가 아닐까. 만화라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인물들과 매일 함께 부대껴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과연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교육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사회에선 능력보다는 인성이 중요한데 말이다. (야마다는 둘 다 안된다는게 함정) 

실제 옆에 있으면 짜증 폭발일 것 같은 이런 인물들을 경쾌하게 보듬는 것도 작가인 타카츠 카리노 나름의 따스함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어서, 「Working'!!」은 1기보다 더욱 견고해진, 가히 천재적인 감각의 상황개그와 허를 찌르는 리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재가 고갈되어 가는 것인지, 문어발 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늘어나는 것은 -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확장인데도 불구하고 - 약간은 염려스럽다. 기존의 캐릭터들에 비해서 뚜렷하고 독창적인 개성을 구축하는 데에 애먹는 듯한 모습. 1기에서 2기로 넘어온 것 처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타네시마 포푸라쨔응! 2기 「Working'!!」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캐릭터는 단연 야마다 아오이이고, 실제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인 타카나시 소우타와 엮이는 것은 이나미 마히루이지만, 묘하게도 와그나리아 모든 것의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가 타네시마 포푸라인 것을 보면 과연 작품의 마스코트로 세울 만한 힘이 있구나 싶다. 오지랖이 넓어서 어디에나 얼굴을 비추어도 어색하지 않으며, 특유의 긍정적인 활기, 약간의 백치미와 앙증맞음 그리고 거유. 보고 있으면 힘이 나는 캐릭터. 다른 캐릭터들이 워낙 힘빠지는 캐릭터들이라 더욱 돋보이는 걸까?(...) 어찌 보면 전형적인 '주인공' 성격의 힘을 역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