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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413

바라카몬 (ばらかもん) "어른이 성장하는 만화"라는 문구를 보고 목록에 집어넣었던 차에, 지인의 언급으로 이번에 보게 되었다. 직업상 어린 아이들을 자주 보며 느끼는 것은, 철이 들고 말고는 나이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 사람의 성품은 기본적으로 어릴적부터 타고난 기질과, 켜켜이 입혀져온 환경의 영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이라 했던가. 한정된 울타리 밖에서의 경험이 미숙한 요즈음의 법적 성인들에게 정신적, 인격적으로 성숙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남은 것은 취사선택 뿐. 『바라카몬』의 주인공 한다 세이슈는 -다행히도 자신의 부족함을 순수히 받아들이는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극도의 엘리트주의적 환경에서 길러진 인물이다. 그의 기술적인 능력은 .. 2015. 5. 12.
잔향의 테러 (残響のテロル) 스타일리스트 나베신의 'Birth of the Cool'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 음악은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지만 오시이 마모루와도, 콘 사토시와도 다른 독자적인 지점에 서 있는 이 거장-감히 말하자면-은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을 느껴지게 하는, 일본 애니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아닐까. 이번 작품은 사운드트랙에서도, 작품에서도 냉소적인 스산함이 느껴진다. 뭉뚱그려 '노르딕'이라 칭해지는 북유럽 음악의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주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실제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아이슬랜드' 라고까지 짚어 말하니 야릇한(?) 쾌감마저 들었다. 엔딩인 '누군가, 바다를'은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사운드가, 오프.. 2015. 4. 13.
월간소녀(월간순정) 노자키군 (月刊少女野崎くん) 주인공은 만화가고, 극중극에다가 각종 스테레오타입을 가져다 모은 듯한 다양한 등장인물들까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복잡하게 짜여진 만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터치는 아즈망가처럼 경쾌한 일상물로 되어있고, 개인적으로는 유쾌한 기존 장르의 비틀기에 주목하여 '순정만화계의 마사루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점이라면 파괴적이었던 마사루에 비해 노자키군은 그 깔끔함 덕에 남녀노소에 이르는 범용성이 참 좋다고나 할까.) 뭐...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 작품의 핵심이자 알파이자 오메가는 역시 2014년 애니플러스 캐릭터 토너먼트 우승자... "치요 긔여워어어어어~!!" 아닐까. (보러가자) 오자와 아리와의 연기 혹은 궁합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발군이고, 뭐랄까, '현실성을 잃지 않을' 한도 안에서 극한까.. 2015. 4. 7.
하마토라+Re:_하마토라 (ハマトラ) 재료는 좋은데 왜 요리를 못하니 ㅜㅠ눈에 띄는 작품이어서 봤다. 코우가 윤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라인과 감각적인 디자인, 선명한 느낌. 상당히 큰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근래의 인상적인 작품들에게서 이것저것 많이 참작한 느낌이 든다. 이능력자들의 도심 군상극(?)이라는 점에서 가장 크게는 역시 '듀라라라!!' 일 것이고, '사이코패스'나 '바케모노가타리' 역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기왕 본 작품 끝까지 보자 해서 보기는 했지만, 2기까지 모두 보고 나서도 역시나 조금은 후회가 된다. 시종일관 '헐겁다'는 느낌이 드는 각본과 몰입을 되려 방해하는 연출...(의도는 알겠는데 공감이 안간다거나. 2기 중반 이후의 전개를 보면 큰 시점에서의 완급조절도 좋지 못하다.) 특히 안타고니스트(적대자)들을 보고 있자면.. 2015. 3. 25.
만화가랑 어시스턴트랑 (マンガ家さんとアシスタントさんと)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작품은 - 혹은 그 주인공인 아이토 유우키는 - 원작자인 히로유키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는 코미디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웃음요소라는 것이 무언가 기발하다던가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도가 넘는 변태성", 즉 "와나 이 미친ㅋㅋ 이걸 진짜 작품(?)에다가 배설했네발현시켜놨네"같은 느낌으로 일관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넘지 않을 선을 넘는다는 점에서 무언가 대단하다면 대단하지만... 그 외에 이 작품에서 뭔가 특기할 만한 점을 찾으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문제다. 가이낙스처럼 욕정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것도 아닌, 단지 순수한 변태성 그 자체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작품. 순수하다면 순수한 만큼, 결코 미운 느낌은 아니.. 2015. 3. 18.
위치 크래프트 워크스 (Witch Craft Works) 쿨데레의 끝판왕 카가리 아야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전세계 오덕들에게 던져진 에바 vs 아스카 논쟁(?)에서 나는 레이 파였다. 쿨데레의 묘미란 옆에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쿨뷰티가 속으로는 데레데레하는 것을 보거나 상상하는 데에서 오는 것 아닐까. 아스카같은 인물상이 훨씬 더 현실적이구나 하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다시금 이 작품에 푹 빠져버리는 것을 보니 취향이란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위치크래프트 워크스의 카가리 아야카는 기존의 쿨데레에서 좀 더 나아가 성역할 반전적인 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왕자님 안기로 남주를 들고 있는 여주라니! 어린아이에게 '어머니'란 -특히 한국과 같이 아버지를 보기 힘든 사회에서- 어찌보면 아버지의 역할까지 겸비하는 아이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딱히 작품 .. 2015.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