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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10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by 노바_j.5 2014. 10. 30.

2편을 먼저 봐서 그런지, 가장 눈에 띄였던 것은 CG 기술의 압도적인 차이였다.


이후 후속편에서는 설정이라던지 여기저기서 좀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역시 첫 작품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온전한 설정을 보여준다. 투슬리스가 주인공 히컵과 친해지기 전까진 고양이처럼 굴다가 친해진 후에는 개처럼 군다는 점이 꽤 재미있었고... (모션에서의 디테일을 잘 잡아낸 건 역시 훌륭했다. 싸우는건 울버린 등의 오소리과의 느낌.) 아, 동반 추락 씬에서 마크로스 플러스의 연출을 가져온 듯한 장면이 있었는데, 가슴벅찰 정도로 멋졌었다. (전반적으로 공중을 마음껏 누비는 짜릿함과 상쾌함을 보여주는 데에 힘을 주었다. 나이스!)


작품의 주제라면 역시 '소통'일 것이다. 그런데, 소통과 이해의 기본인 '남과 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본다 / 동일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드래곤 길들이기』는 상당히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아이들을 용과 함께 집어넣어 시험을 하고, 그것을 반쯤은 투기장 구경하듯이 즐기고, 사람도 용도 실제로 죽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으례 만화적인 느낌으로 가던 이 작품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부분은 역시, 마지막에 히컵이 자신의 한쪽 발을 잃는 부분이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엄격함과 내용적 깊이는 실로 대단하다. 마치 뭐랄까, 잔혹함을 보여주지는 않겠으나, 여기에 충분히 무거운 메시지를 담아보냈다고나 할까.


주인공이 무언가를 잘못한 댓가로 상처를 받거나 하는 결과는 지금까지도 있어왔지만, 그 대부분의 경우는 마지못해서 하는 느낌... 즉 면피용이었다. "그래도 주인공(= '나')만큼은 무적이고 완벽하다"라는 공식과 믿음이 암묵적으로 지켜져온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발 저연령층 타겟의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묵직한 한 방이라니!


실은 여기에서 또 한가지 멋있었던 것은, 물론 처음엔 슬프고 힘들기야 하지만, 본인과 주변사람들이 그것을 대수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포용하고 나아간다는 점이다. (억지로 긍정적인게 아니라, 아예 별 신경도 안쓴다. 그깟 발 하나 쯤이야!) 이로서 버크는 악습에 가까운 편견에서 자유로운 곳이 되었으며, 『드래곤 길들이기』는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그 입장을 뚜렷이 한다. 히컵의 발이, 이 작품에 독자적인 존재감을 갖게 해 준 이유 아닐까.


* 주인공 이름은 '딸꾹이'라는 훌륭한 이름으로 번역될 수 있었는데 본문 발음대로 나온게 살짝 아쉽다. 딸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