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2015/2014

건담 G의 레콘기스타 (ガンダム Gのレコンギスタ)

by 노바_j.5 2015. 8. 7.

흑백으로 비평을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다. 망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좋든 싫든 토미노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퀄리티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4쿨(~50화), 못해도 3쿨 정도로 짜서 제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야기 진행이 너무 급하다. 그와중에도 집어넣을건 다 집어넣었다는게 대단하긴 하지만...


이번에 'G레코'를 보면 토미노옹 특유의 풍성한 세계관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잘 구축된 세계관과 인물들 때문에 자기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덕후들이 파고 들만한 컨텐츠를 만들게 되는 것 아닐까. 뭐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같은 의미로 G레코의 인물들은 정말 사람답고 현실적이다. 정형화되거나 양식화되지 않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았던 80년대 감성의 존속이라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부분들이 참 좋다. 덕분에 각자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각각의 색깔로 생기 넘치게 다가온다. (여담이지만 아이다 스루간은 정말 미친듯이 섹시한 것 같다! 뽕빨물이나 동인지에서 보이는 그런 섹시함과는 궤가 다른, 현실적인 '인물'의 섹시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림으로만 가지고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어떤 의미로는 토미노 옹의 경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급박한 전개에 대한 아쉬움은 차치하고,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이 작품에 만족스러워했다는 점은 십분 이해가 간다. G레코에서 두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는데, 일단은 감독이 이야기한 대로 '여성'의 부각이다. 전방위적이라고나 할까. 정말 다양한 군상의 여성들이 등장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함께 존재한다. 이 작품을 하나의 쥬스나 젤리라고 보면 남성은 알갱이라고 할 수 있고, 여성은 그 주변 전체를 메꾸고, 이루고 있다는 느낌.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여성들은 ~ 앞으로 그리 나서지 않으면서도 ~ 유기적으로 이야기와 호흡하고, 주변을 포용하며, 작품의 '품'을 구성한다. 남성과는 다르지만,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존재감과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그 수많은 건담 작품들 중에서도 [전쟁의 광기에 휩쓸리는 vs 자연 (혹은 일상) 그대로의 인간상]을 이렇게 유기적으로 통일함과 동시에 극명하게 나누어 보여준 작품은 없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의 주제의식에 항상 결부되어 있었던 부분이지만, 턴에이에서도 꽤 두드러졌던 이런 모습들이 G레코에서 제대로 드러난다는 느낌이다.


여러 부분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통찰력'과 '유기성'이다. 언제나 실험적이고 독창성이 강한 토미노옹이었지만, 이번 G레코에서 그는 단순히 '건담'과 차별점을 두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가 보여준, 애니메이션 혹은 아니메의 통속적인 틀을 벗어나 "애니메이션으로 이런 표현과 전달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G레코'가 걸작이냐고 물어보면 애매하지만, 'G레코의 토미노'에게는 거장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