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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4

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by 노바_j.5 2015. 10. 13.

무서울 정도의 집착, 에두르는 표현, 죽음에 대한 미학... 참으로 '일본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방영되었던 "울려라! 유포니엄"과는 같은 음악 작품이고 둘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서로 완벽히 대칭된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범재와 천재, 단체와 개인, 우정과 사랑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상반된 면모를 보여준다.

 

"울려라! 유포니엄"이 우직하면서도 솔직한 금관 - 그 중에서도 부드럽고 풍성한 유포니엄 - 이라면, "4월은 너의 거짓말"은 말그대로 바이올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고, 섬세하며, 극적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나 반전요소 등도 비교적 쉽게 읽히고, 개인적인 취향에는 오버드라마틱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보는 이를 움켜쥐고 주인공들의 내면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은 강력하다. 


이 작품의 시각적, 음악적 요소들은 단순히 따로 놓고 봐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심상을 일종의 음악영상처럼 표현해내는 데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굳이 연주시의 풍경이 아닌 일상의 묘사마저도, 마치 노래방에 가면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배경음악이 없을 때에도,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라도, 그 밑바닥에 유유히 흐르는 음악이 느껴진다. 말하자면 작품 자체가 하나의 곡인 거다. 가끔씩 숨을 죽이는 완급조절이 있을 뿐이지, 작품 전체에 흐르는 일관된 분위기는 뚝 끊기거나 생뚱맞게 이탈하는 일 없이 일관적으로 유지된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영화화 결정이 놀랍기는 커녕 처음부터 의도한 것 아닐까 싶은 것은, 이 작품이 사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나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등의 인기 높은 일본풍 사랑 이야기들과 그 정서나 양식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4월은 너의 거짓말"은 굉장히 전형적이다. 이야기가 뚜렷하고 오버드라마틱한 것 역시도, 그 편이 특유의 '전형'을 완성시키는 데에 더욱 걸맞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각주:1] 요컨대 이 작품은 새로운 악보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같은 악보를 가지고 어떻게 재해석하고 표현해 내는지에 초점을 둬야 하는 작품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4월은 너의 거짓말"은 과연 한 해의 최우수작 타이틀을 논할만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1. 이야기 면에서의 주된 관심사는 "한 명의 천재가 탄생 / 유지되기까지 이렇게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였다. 작중 피아노 스승들인 세토 히로코와 오치아이 유리코의 대화에서도 직접 언급되며, "자이언트 로보"의 주제인 "행복은 희생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인가, 시대는 불행없이는 넘을 수 없는 것인가."가 연상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2. 또 한가지 짚고 싶은 것은,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거짓말'이나 '죽음'을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면, "껍질을 깨고 있는 한껏 너의 삶을 살아라!"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간절함을 계기로 각성한 한 인물의 전과 후가 이렇게도 다르고, 또 빛날 수 있구나... 하는. 



p.s. 음악적으로는 역시 1기 오프닝인 힘이나요 힘이난다요 빛난다면(光るなら)이 가장 작품을 잘 대변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이 직접 노래하는 듯한 느낌까지 나고. (특히 "키에나이요 코코로니~" 이 구절은 정말 미야조노 카오리의 느낌과 닮았다.)




  1. - 첨언하자면 '아노하나' 역시도 비슷한 범주에 들어있으나, 이쪽의 경우 등장인물의 수, 관계의 복잡함 등이 영화화에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등장인물의 연령대 역시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 같지만, "4월은 너의 거짓말"의 경우 주역들이 클래시컬 연주자라 어느 정도 분위기가 상쇄되는 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