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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4

아오하라이드 (アオハライド/Ao-Haru-Ride)

by 노바_j.5 2016. 8. 5.

너무나 자연스러운, 닮은 꼴들의 상호 구원


단촐한 멤버구성에 정석적인 스토리와 전개까지, 상큼한 이미지도 그렇고 참 작품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유일한 차별점이 [상처입은 남주인공의 치유와 구원 + 천상 여자에서 의도적으로 선머슴이 된 여주인공의 대비와 활약]인데, 이런 어느 특정한 요소보다도 '정통파'의 맥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과, 굉장히 섬세한 결으로 소소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인다. 속칭 '웰메이드' 작품이랄까?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연출, 스토리 등을 보면,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지점을 유지하는 것을 작품 전반에 걸쳐 볼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활력 넘치는 여주인공 후타바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린 소녀에서 선머슴을 자처한 후타바의 복합적/이중적인 면모는 남자 주인공인 코우와 자연스럽게 대칭이 되게 하고, 작품의 리얼리티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본 몇 안되는 순정만화의 여주인공들 중, 가장 활기차면서도 능동적으로 느껴진 여주인공 아니었을까. 이런 작품을 보면 가끔 한국에서 듣는 '여자의 자존심'이란 말이 좀 씁쓸하게 느껴진다. '뭔가 말이 왜곡된 거 같은데...' 하면서. 특기할 것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이 작품에서, 11편 속 그녀의 "이 마음만 가지고는 그렇게나 안되는거야...?" 라는 대답은, 일견 특별할 것 없어보이지만 대단히 신선하고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으레 겉멋 든 대사로 어물쩍 넘어갈 법한 이 장면에서, 이렇게 진실성 가득한 스트레이트라니!


『아오하라이드』의 섬세함은 비주얼에서도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는 ~ 돈이 덜 드는 쪽이라 그런지 ~ 소리나 OST에서 참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배경음악의 극히 단촐한 소편성 구성이나, 작은 벨 혹은 차임 류의 악기 소리들, 배경의 소리, 현의 질감, 성우들의 음색이나 연기 톤 등...


그리고 그런 섬세함과 더불은 수수하고 열린 느낌이, 보는 사람도 숨쉬듯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듯 하다. 원작에서 분량을 무리하게 커버하려 하지 않고 초점을 작게 잡은 덕에 가능했던 이점 중 하나 아닐까. 그 나이대의 감수성과 느낌을 오버하지 않고 한껏 잘 살린 것도, "크으~~ 이 달달한 것들!! >ㅠ<"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해 준다.


본편을 다 감상한 다음에 추가 에피소드들인 00편과 13편을 보았는데, 00편은 과거회상들의 총집편에다가 몇 컷 정도를 보충한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13편을 보고서는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유우리의 작화 뿐만 아니라 본편을 뛰어넘는 재미를 보여주는데, 본편 마무리에서 느껴졌던, '아아 이제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 가 너무도 명백하게 눈앞에 입증되기 때문이다. 스페셜 1편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유우리가 보너스 화에서 소중한 것을 잃은 대신에 얻은(...) 인생샷은 필견(必見)! 전에 없이 유우리를 중심으로 흘러간 스토리의 시너지와 더불어, '뭐 이렇게 말도 안되게 예쁘냐 -ㅁ-;;'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놨다 (그림이 TVA~OVA 수준에서 갑자기 극장판이 된다(...) 그것도 단 한 컷만!). 사실 저 장면을 제외하고도 13편의 유우리 작화는 혼자서 격을 달리 하는지라... 제작진이 유우리 파(派)구나 하는 심증이 단박에 확신이 된다. 행여나 본편에서 치우쳐진 비중을 만화하려는 의도였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다고 밖에...


내가 보는 순정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아오하라이드』 역시 이 정도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두루 볼만한 작품 아닐까 싶다. 순정만화 다운 달달함도 있지만, 그 바탕에 청량함과 담백함이 있는 특유의 느낌을 무엇으로 비유할까 생각하다 보니... 아하, 어릴 적 가끔 먹었던, 박하사탕 맛 멘토스가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