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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6

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

by 노바_j.5 2017. 8. 7.

정체성 찾기 - 너는 누구냐!

2016년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나만이 없는 거리'. 수동적인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어린 시절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 소꿉친구들끼리 뭉쳐서 이를 극복해내는 등 구성 면에서 노이타미나의 예전작 '아노하나'가 많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서스펜스물 포맷으로 보는 이를 휘어잡지만, 중반 즈음을 지나가면서 그 몰입감과 흡인력이 흐트러지는데, 스릴러와 성장드라마 사이에서 제작진의 고민이 컸던 것 같다. 이 시점에서의 문제는 사토루가 범인을 잡는것보단 눈앞의 한사람 한사람을 닥치는대로 구하는 데에만 온 정신이 쏠려서 공감이 안된다는 점이다. 차라리 이럴 경우 히나즈키 카요 사건과 그 이후 두 사람을 구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한 8화 즈음 ~ 모두가 아직 경황이 부족할 타이밍에 ~ 범인 등장과 1부 매듭 (1988년 사건 일단락) 을 짓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2부(새로운 미래)에서도 범인과 주인공 사이의 긴장감을 지속시키고, 동시에 부족했던 이야기들도 부드럽게 녹아들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또다시 되풀이되는 '아무말 대잔치 클라이맥스'는 안보고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각주:1]

테마적으로 주요하게 본 것은 '능동적인 삶'이다. 에반게리온 이후 저패니메이션에서 곧잘 보이는 주제이지만 다른 작품들보다도 묘하게 더 와닿는 것은 훌륭한 연출과 음악 때문일까 아니면 요즈음 나의 개인적인 상황 때문일까.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뚜렷해져야 비로소 능동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주제를 설명하는데에도 쓰인,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 줄곧 등장하는 인상적인 기법은 '반복되는 문구'다. 자신을 온전히 표면에 드러내고 남들과도 적극적으로 얽히는 태도는 '파고드는 삶'으로, 그것을 억제하거나 부정하는 요소로는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자만심'으로, 부정적인 듯 긍정적인 듯한 묘한 영역의 '바보냐?' 로... 굳이 그렇게 토씨 하나 안바꾸고 다른 인물들이 똑같은 대사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각주:2], 적어도 시간을 반복하는 루프물이란 장르와는 꽤 잘 어울린다.

치밀한 전개와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고, 모에 노선을 배제한 일반 / 성인 취향의 작품이란 것이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숨고르기와 후반에 끼어드는 일본 특유의 교훈적이고 장황한 느낌이 발목을 잡는다.

p.s. 안전Tip 한가지: 차에서 안전벨트 클립이 풀리지 않으면 벨트를 계속 빼서 느슨하게 만든 다음에 그 공간으로 빠져나오면 된다. (....)


  1. 어차피 상황 자체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vs. 조커와 굉장히 흡사하고... 사실 장광설은 이래저래 별 도움이 안된다. [본문으로]
  2. 여기서도 주인공과 범인의 관계는 같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라 다른 인물들의 반복대사와는 좀 차별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