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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6

ReLIFE / 리라이프 (TVA)

by 노바_j.5 2018. 1. 27.

인간이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웹툰 원작다운 캐주얼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꽉 차 있으면서 시원시원한 색감은 좋지만, 내용 면에서는 약간 가벼운 느낌도 있다. 개그감이라던지, 나이에 대한 리액션이라던지,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고... 사운드 역시도 선명해서 나쁘진 않지만, 약간 선이 굵고 단순한 느낌이라, 특히 배경음악의 똥똥거리는 느낌은 귀에 거슬린다.

제대로 된 이야기 전개는 뒤쪽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들어가지만, 그 전까지는 무난히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약간 아리송한 느낌이 꽤 있었다. 너무 대놓고 교훈적인거 아닌가, 감각이 청소년 위주인거 같은데 굳이 이런 소재가 필요했는가, 등등.

그러나 짚을 부분들은 확실하게 짚고 있고, 소재에 관해서는 단순히 연애노선 때문만이 아니라 모바일기기에 익숙해져서 소통장애에 가까워진 현대사회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도 뒤돌아보게 한다. 단순히 옛날이 좋았지, 요즘이 좋지라는 것보다는, 담담히 시각차이를 보여주는 스탠스도 적절하다.

'너무 얽히는' 카이자키와 '너무 얽히지 않은' 히시로는 남녀 주인공으로서 좋은 대비를 이룬다. 히시로의 경우 여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쿨 캐릭터의 표본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내심 적극적으로 변화를 바란다는 것이나 상당히 현실적인 작중 세계관이 겹쳐져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캐릭터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카리우일 것인데,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면모들을 특유의 강렬한 성격으로 빈번하게 보여주지만, 아무리 '보통의 인간다움'을 집약해놨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민폐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이 있다(...).

사람의 교육이란 언제나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예컨데 자신의 아이에게서 특출난 재능이 보인다면,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혹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 아이를 모질고 엄하게 다룰 것인가 아니면 너그럽게 풀어줄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주인공인 카이자키가 미치는 영향이 옳은 것일지 아닐지 판단하기는 난해할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약간 바꾸어서, 사람이 사람답게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 겪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어느정도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ReLIFE'에서는 세세한 가치관의 주입이나 제시보다는, 큰 틀에서 일단은 사회 속에 어우러질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계속 부대끼면서 남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소양들을 스스로 찾고 연마할 것을 이야기한다. 학생과 미성년들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바로 '면죄부'다. 카리우의 경우에서도 보여지듯, 행동 하나하나에 일일이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너그러움이, 'ReLIFE'라는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다.

애니메이션의 연출이나 성우들의 연기도 호평받을 만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포맷 특유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고, 약간은 관조적이고 평면적인(정적인?) 작품의 느낌 상, 애니메이션보다는 원작 웹툰 버전이 그 매력을 십분 살리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오른쪽 그림같은 섬세함은, 대자본이 투입되지 않는 이상 '상투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틀 안에서 살려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속 작품이 OVA 포맷으로 나온다고 하니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