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2020/2016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

by 노바_j.5 2018. 2. 24.

소통의 단절과 인간의 불온전함

생각보다도 더 다크한 전개에 상당히 놀랐다. 모 평론가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언급한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압도적인 '소외'의 느낌과 주변 세계의 '불완전함'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상당히 흡사하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어지간한 실사 영화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의 불완전한 사람됨이다.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 것 처럼, 반장 캐릭터인 카와이 미키나 소꿉친구 우에노 나오카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여타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비(非) 전형성을 띈다. '고퀄리티 작화로 그려진 쿄애니의 귀염귀염한 캐릭터들을 이렇게...?;;' 라는 당혹감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란 포맷을 생각하면 한층 더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의 외모나 목소리, 몸짓 등으로 '이 인물은 어떤 인물'인지, 아니면 적어도 그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첫눈에 대번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형태』에서 이런 전형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어림잡아 나가츠카와 마리아 정도인데 이들은 말그대로 그런 분위기메이킹이 주 용도인 캐릭터들이고, 굳이 나아가면 쇼코의 여동생인 유즈루와 주인공 이시다 쇼야의 어머니 정도이지만, 이들도 '애니 캐릭터스럽다'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원본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감독 이하 제작진이 접근하는 방식도 굉장하다. 여러모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단절된 느낌을 살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데, 시점은 전반적으로 한발 물러서서 (떨어져서) 보는 거리를 취하고, 화면의 질감은 한때 유행했던 로모 카메라의 느낌을 떠올리게 만든다. 심상을 구현화한 판타지 시퀀스들의 투입도 적절하며, 눈부신 느낌 등의 빛 사용도 훌륭하다. 감성적인 여러 순간들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빗겨서' 보여주지만, 오히려 느낌의 전달은 더욱 더 ~ 잔혹하리만치 ~ 선명하게 다가온다.

소리의 사용 역시도 같은 지점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배경음악들도 눅눅하거나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십분 살리고 있으며,캡쳐한 위 장면에서도 우에노의 발짓과 그 소리가 두드러진다. 이런 식으로 어디에 힘을 줄지 말지가 뚜렷하면서도, 그 판단이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그 위로 얹어지는, 주연인 쇼코 역의 하야미 사오리의 영혼이 담긴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다만, 이 작품은 감성에 치우친 나머지 이야기 전체의 개연성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대부분의 서브플롯이 제외된 상황에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도 그냥 '느낌 아니까' 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원작을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눈썰미가 좋더라도 '??' 부호가 수시로 머리 주변을 떠다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만화적인, 쇼야가 구출된 뒤에 다리 위에서 쇼코와 재회하는 장면도 약간은 혀를 차게 된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작품이 충분한 설득력 없이 클라이막스 씬에서 갑자기 밝아지면, 단지 기적에 기댈 뿐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워낙에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품이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전에 없이 음울하고, 안좋은 의미로 현실적인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당혹스럽지만, 작품 내내 쇼야 시점에서 보이는 X 표시와 마무리에서의 연출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메시지를 아주 단순, 강력하게 보여준다: 마음의 귀를 막고 있으면 다를 게 뭐 있으랴. 소통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과 의지가 있으면, 신체적인 장애는 뛰어넘을 수 있다. 진정한 소통 장애의 원인은, 일그러진 마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