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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6

울려라! 유포니엄 2 (響け!ユーフォニアム 2)

by 노바_j.5 2017. 10. 31.

쿠미코의 아스카 센빠이 관찰기

근래에 본 작품 중에 손꼽을만한 작품이었던 '울려라! 유포니엄'의 후속편. 1기에서는 1권 분량 만을 다뤘었기 때문에, '울려라! 유포니엄'은 애초에 1+2기가 하나의 완성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초반의 굼뜬(?) 느낌은 여전해서, 처음에는 '아아... 이거 잘못하면 재미 없겠는데' 싶다가도, 역시 뒤쪽으로 갈수록 몰입도가 대단하다. 1쿨임에도 마치 2쿨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밀도가 높지만,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은 주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는 탄탄하다. (대신 개연성 부분에서 약간 어색할 때가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니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초반의 지루함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적으로는 '울려라! 유포니엄' 특유의, 실사드라마 같은 분위기에 녹아드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극초반에는 성우들의 연기도 더욱 극단적으로 애니스러운 색채를 빼려고 해서 더욱 더 낯설다.

또 한가지 이유는... 전반 6편에서 다루는 노조미와 미조레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흥미가 좀 떨어진다. 두 사람의 관계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있는데, 문제는 ~개연성 이전에~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1부(1기), 3부(2기 7~13화)의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주요 등장인물 들과는 큰 관계가 없는, 사이드 스토리에 가깝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당 파트는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두루 비쳐주면서 전체적인 '판'을 만들어가는 역할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시청자를 압도하는 작화나 연출 등의 퀄리티는 어마무시하다. 그냥 돌리다 멈추면 화보 수준으로 공을 들였으며, 특히 후반 아스카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거의 사이코스릴러 물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타 일상적인 학원, 청춘물 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장면들이 넘쳐난다. 사실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가 이정도 물량이 투입될 정도로 상업적 성과가 있는 작품이었는지는 아직도 의아할 뿐이다. 관련 미디어믹스가 생각보다 더 많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나름의 계산은 있는 것 같지만, 아무리 봐도 그 바탕에 '웰메이드 작품'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없다면 이런 행보는 보여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쿄애니와 제작진 일동에게 경의를 표한다.

스토리

1기 시청 당시부터 느낀 점이지만, '울려라! 유포니엄'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스카 선배이다. 화자인 쿠미코의 관심은 1학년 4인방(1기)에서 이윽고 취주악부 전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카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사실 작중에서 이야기하듯이 아스카라는 인물상은 유포니엄이란 악기와도 크게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인데, 스토리 전체에 걸쳐서 가장 큰 영향력과 존재감을 보여주던 아스카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쌓여있던 업 혹은 갈등의 해소를 거친 뒤 유포니엄을 쿠미코에게 맡기고 (아마도) 유포니엄을 떠난다. 이 작품 안에서 '유포니엄'이란 악기가 쿠미코나 아스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음미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울려라! 유포니엄'이 여타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가장 차별적인 부분은, 이 작품이 말그대로 '현실적'이라는 데에 있다. 연주하는 모습과 느낌부터 고등학교 취주악부 생활, 성우들의 연기 톤까지 그런 부분에 많이 무게를 두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이 작품이 '고등학생에게는 고등학생들만의 현실이 있다'는 점을 훌륭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생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그 세상 안에서 겪을만한 고민들. 친구, 가족, 사회관계, 자아, 진로 등... 다양한 것들이 정말 고스란히 작품 안에 녹아있고, 또 그것을 위해 담담하게 '할 이야기를 하는' 이 작품의 시선과 스토리텔링 방식은 그래서 어느 정도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와 닮아있다. 아마 쿄애니가 주목하고, 또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이런 것들 아니었을까.

그 외.

엔딩테마가 아주 인상적이다. '울려라! 유포니엄'의 이야기, 혹은 전하고 싶었던 것을 축약해서 보여주는데, 덕분에 전반부에서는 미조레, 후반에는 아스카의 컷이 등장한다. 음악을 발견하고,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구원 혹은 답을 찾는 부분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처음에는 마냥 발랄한 곡처럼 시작했다가 브릿지 부분으로 들어가면서부터("타쿠토니 미치비카레테~") 곡이 보여주는 변화가 굉장히 다이나믹한데,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있지만, 그동안 거쳐온 것들에 대한 따스한 위로, 그리고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가슴벅찬 느낌 등을 힘차고 경쾌한 리듬 위에 실어낸다. 

트럼펫의 대가 중 한분이 장래에 관해서 걱정하는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당장 내일부터 다시는 음악을 못하게 되더라도, 저는 지금까지 음악이 저에게 겪게 해준 모든 것들에 대해 그저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울 뿐일 거에요. 당신은 그렇지 않나요?" 라고. 조금 뜬금없지만, 이런 감정 역시 이 작품과 엔딩에 담겨있는 요소들 중 하나일 것이다. 

순위는 굳이 매기지 않더라도, 근 몇년 동안 본 최고의 작품들 중 하나라고 할 만 하다. 인생작으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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