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후반 에피소드들이 나왔습니다.
아아... 잘 봤다....라고나 할까.
멍~하니,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동 감독의 전작인 카우보이 비밥에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멋졌습니다.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뭔가 다른 세상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보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3인조 파티의 구성도 뛰어났습니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발군!
사무라이 참프루를 이루는 가장 큰 요소와 영향은 캐릭터 디자이너 / 작화 감독을 맡은 나카자와 카즈토씨와, 비단 그만의 것은 아니겠지만은, 그 '감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코미디성 에피소드 들에서도, 억지스럽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웃을 수 있게 하는 느낌, 정말 좋았어요. (사실 참프루를 즐기는 데에는 사무라이나 일본 고유의 문화, 역사 배경 등을 그다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편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매력적인 껍데기이죠.)
참프루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은 역시 사무라이와 힙합의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힙합, 흑인문화라던지... 일반 애니메이션 팬들이 익숙치 않은 세계를 매력적으로 섞어놓은 것이니까요. (의외로 사무라이 참프루가 그저 그렇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민족이다 학교다 군대다 해서 소속감과 단체의식이 강한 한국 풍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이 고독함은 현대 사람들과 연결됩니다. 힙합과 흑인문화, 음악이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끄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하향세지만요)
주인공들의 얘기로 돌아가면, 무겐과 후우, 진은 모두 나름의 아픈 과거를 갖고 있고 우울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그런 것은 어찌됐든 좋아'라는 식으로, 그것을 얘기하지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단지 현실을 흘러가는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인하는 뿌리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 뿐인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셋을 묶는 끈이자 유일한 공통점이지요. 하지만 이것 만으로도, 그들은 자질구레한 얘기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엔딩은 미흡하다고 느껴져도, 뭐랄까요... 그런거다...라는 느낌이달까.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셋이 계속 돌아다니길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가 되는것도,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 외로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셋은 언제까지나 자유롭게, 혼자서, 랄까요. 아버지를 잃은 후우는 이제 진정한 혼자가 되었고. "또 만나자"고들 하면서 헤어졌으니, 떠돌다 보면 다시 만날 날도 있겠지요.
24화에서 모닥불을 피고 진과 후우가 얘기하는 부분이, 생각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다치 미츠루씨의 H2 후반에서의 대화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후우, 만약 내가..." / "하지만 무겐이...!" "미안... 미안해" 세 주인공들에 대해서라면, 그 부분 즈음이 클라이막스이자 연재 이후로 (어쩌면) 이어지는 종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후로는 스토리 자체를, 나머지 대단원을 이끌어나가고 끝내기 위한 진행이었고 말이지요.
그런데 헤어진다고 하면, 무겐은 그 첩자 쿠노이치(여닌자)가 있고, 진도 도중에 만난 몸팔던 아가씨가 있지만, 생각해보면 후우 혼자 다시 외톨이로 남는군요. (뭐 그렇다고 무겐이나 진이 꼭 그 사람들을 찾아간다는 것도 아니지만)
강하게 살아가고, 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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