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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5/2004

감상 :: 스팀 보이

by 노바_j.5 2005. 7. 21.

일단 포스터는 마음에 안듭니다. 애들 보란것도, 어른들 보란것도 아닌 듯한 그 어정쩡함을 잘 살리긴 했지만...;;;


아키라로 유명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욱 꾸준한 퀄리티 작업으로 일관해온)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 최신작입니다. 스팀 보이에서는 산/공업혁명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천재 3부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눈길이 가는 것은, 압도적인 '퀄리티'입니다. 영상, 음악 등... 입이 쩍 벌어집니다... 어쩌면 성우 캐스팅에서는 미스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_-; (첫번째로는... 수염건담의 구엔 라인포드 성우분이 나오는 듯 하던데...(눈 째진 녀석)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구요, 스칼렛도 새침함이 도가 지나쳐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끊임없이 압도적이고 풍성한 퀄리티와 각종 효과들은 보는 사람을 오히려 피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할리우드의 '진주만(Pearl Harbour)' 등의 음악을 담당한 유명 작곡가의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다 사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이건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지지요.

오토모 감독이 항상 그랬듯이, 스팀보이 역시 어디까지나 '진지한' 작품입니다. 볼 각오(?)가 없으면 보기 힘들다고 해야 하나... 스토리 자체는 사실 대단한 특징이 없습니다만 여유가 부족하고 뻑뻑합니다. 아키라, 메트로폴리스 등에서 나온 느낌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아니 오히려 그 두 작품보다도 무겁고 뻑뻑한 듯 합니다. (메모리즈보다는 낫습니다;)

스토리와 테마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딴 얘기를 해 보지요. 몇 일 전, 우연히 소니에서 주최한 플레이스테이션3 콘퍼런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닌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을 보며 제가 느낀 것은, 엄청난 기술의 발전을 느낌과 동시에, '이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였습니다. 실사적인 배경, 피부, 질감 등등등... 소위 말하는 '양키센스'에 저도 그다지 길들여지지 않아서 생기는 괴리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이어져서 들은 생각은 "지금 세상은 확실히 서양(유럽문명중심의) 위주로 돌아가고 있구나. 왜 '서양에서 뭔가 나오면 동양에서 여기에 어떻게 끼워맞출까 생각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서양에 끌려가지 않는 동양문명 중심의 발전이란 어떤 것일까" 등이었습니다.

사실, 새롭다거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스팀 보이를 만드는 오토모 선생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둘 다 천재이며, 또 나름대로의 광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애증의 대상인 '과학'에 대한 그들의 기본적인 철학과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흔히 등장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죠. 그리고 주인공 레이는 그런 틀에 아직 붙잡히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동시에 미래를 이끌어나갈 다음 시대의 선두주자이기도 합니다.

영화 전체를 보면 어떤 깨끗한 결말보다는 문제를 던져놓고 흐릿하게 결론짓는 방식으로 나아가지만, 사실상 감독의 의도는 어느 쪽인가 정도는 나와있지요. 클라이맥스에서 로이드 박사가 레이에게 하는 말에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까발리지 않겠습니다만) 그리고 이 주제는 맨 처음 시작의 '50년 / 100년' 대사에도 연결되어져 있는 것 같네요.


이 영화의 중립적 스탠스는, 대립하는 두 부자에게 모두 '방식의 잘못'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또 대영제국 산하의 인물들 역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존재들이지요. 하지만 단 한가지 그 존재 자체가 철저히 비웃음거리가 되는 역이 있는데, 바로 '미국에서 온 대재벌 무기상회'입니다. 이건 어떤 식으로도 봐줄 수 없다라는 걸까요?^^ 하지만 그 재단의 '자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스칼렛은 철도 없고, 도도하고, 거만해보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또 그릇되어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밥줄이 걸려있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칼렛을 모시는 재단이사(?)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충성스럽고 지고지순합니다. 또 이 재단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이 중대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지요. 이런 데에서 감독의 견해는 많이 드러납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을 '악'은 아니되, '욕심'으로 풀이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을 뛰어넘고 절제할 수 있는 '정신'의 성숙이 우선화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론적으로는 애들을 중심으로 만들었지만 애들이 볼 만한 영화가 아니라서 참 안타깝습니다 -_-;;; 스팀보이는 어디까지나 예술적 가치에서 그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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