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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5/2002

요코하마 매물기행 - Quiet Country Cafe (2002, 2003)

by 노바_j.5 200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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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여행을 떠날 때
치유계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인 [요코하마 매물기행(카페 알파)]의 2002, 2003년판 OVA를 봤습니다. Quiet Country Cafe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요. (이하 QCC)

사실 미뤄뒀던 이 작품을 꺼내보게 된건... 별다른게 아니고, 이제 다시 바빠지려는 찰나, 뭔가 제대로 보기는 거시기하고, 밥먹으면서 볼만한 작품이 따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왠지 슬퍼지는군요 ㅜ.ㅠ 뭐, 내심 그렇게 큰 기대를 안했는지도 모릅니다. 1998년판은 상당한 명작이었지만 이번 후속판은 느낌이 좀 달라서요.

그런데 보고 나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같은 원작인데 이렇게 다를수가...? 단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것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가만히 스탭들 이름을 돌려보니 감독, 제작, 미술 등 비교해보는 것마다 전부 다른 이름입니다. 더 이상은 찾아보지 않았지만 아마 원작자와 곤티티(음악)를 빼곤 거의 다 바뀐 듯 하네요. 이번 후속편의 감독인 모치즈키 토모미라면 [바다가 들린다], [여기는 그린우드] 등의 걸작을 만들어낸 명망있는 감독인데, '98 OVA의 감독인 안노 타카시보다 아득히 뒤쳐진 모습입니다. 단순히 '서정미'라는 감각으로는 작품세계를 같이 엮을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오늘도 감상 들어갑니다. 이하 존칭 생략:

원작이 풍기는 매력 덕분에 졸작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QCC는 '98버전같은 특별함이 없다. 크게 스토리적인 면으로 보면 전작같은 경우 한 편 한 편이 느슨하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를 완만한 흐름에 담아냈던 것과는 달리, 신작은 '그저 쉬는' 느낌에만 머물렀다는 느낌이다. 근래의 그저그런 치유계 애니들과 비슷하다고 할까... 스토리는 있는데 어떤 '흐름'이 없다. 고요함이 소중한 것은 그 안에서 작고 큰 깨달음을 얻기 때문인데 이번 신작에서의 휴식은 의미가 없다. 진행 구성이나 편집 등에서도 특별함을 보여줬던 전작과 달리 신작은 구작에서 몇가지 그럴듯한 모양새만 채용했을 뿐, 통속적이고 밋밋하다. 덧붙이자면, 관조적인 느낌을 주목했던 전작에 비해, 신작은 비교적 캐릭터들에게 더욱 다가가면서 쉰다는 느낌마저 색이 바래보인다. 동네 안에 머물던 알파가 세상으로 나아가고 더욱 가까워진다는 이야기의 전개 상 어쩔 수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미술인데, 사실 이것만 잘 뒷받침해줬어도 많이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이 자체로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화되면서도 파스텔톤으로 색을 고르고, 여행의 느낌을 물씬 살리기 위해서 '커다란' 자연의 묘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배경처리는 칭찬받을만 하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건 속된 말로 하자면 쨉이 안된다. 전작의 미술작업이 워낙 환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신작의 디지털 미술은 전작에서 과시한 빛도, 정감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딱딱하고 평면적인 느낌도 도움이 안될진데, 그림체는 예전의 미묘함을 잃고 단순해졌으며, 움직임 역시 동화매수가 줄어든 듯 굉장히 뻣뻣하고 거칠다. 연출이나 동선 역시 정감 없이 평면적이고 밋밋하다. (이것은 편안한 관조적 느낌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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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장면 두 부분. (a)드물게 돋보였던 움직임 처리. (b)시청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짓는 장면.


불행중 다행일까, 여전히 알파의 초월적인 매력은 건재하며, 작품이 가진 순한 호흡도 남아있다. 혹평만 했지만, 요즘 떠도는 왠만한 치유계 애니보다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단지 전작처럼 매력을 살려서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비교될 수 밖에 없고, 너무나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연애감정의 개입이 적어서 그런지 (간간히 비치는, 묘하게 변태적인 느낌은 여전하지만 -_-),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이 작품의 확실한 맥을 짚어내지 못하고 만든 듯 하여 안타깝다.

p.s. 2편에 보면 무려 시이나 헤키루의 삑사리(...)를 들을 수 있는데, 충격적이랄까 당혹스럽달까... ㅜ.ㅠ 너무나 안타까운고로, 정확히 어딘지는 밝히지 않겠다. 누님 롹 너무 하셨나보다...orz

p.s. 배경과 더불어, 곤티티의 음악은 훌륭하다. 특히 메인테마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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