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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5/2005

The Boondocks - 시즌 1

by 노바_j.5 200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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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에 질렸거나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면, 혹은 흑인 문화와 사회, 생각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다.

원래는 굉장히 정치성이 강한 일간 만화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일본 아니메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옴니버스 구성으로 진행하는 에피소드들은 분명 미국식 스타일이다. '모든 것은 되풀이되는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이번에 이 포맷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청에 머물지 않고 무려 '감독'을 한국 사람들이 맡아서 했다는 것이 굉장하다 싶은데, 동시에 감독의 역량부족이 드러나는 부분들도 곧잘 보인다. 감독직에 한국 사람을 앉히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한 선택 같기는 하다. 일본적인 감각을 원할 테지만 그렇다고 정말 일본 감독을 데려다가 쓰기엔 난점들이 많을 테니...

이런 점에서 다행인 점은, 어찌되었든 작품 자체가 굉장히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더 너그러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자기 스타일과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아간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어딘가 엉성하다고 느껴지던 것이, 후반부에 이르면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시나리오는 원작 만화가 있는만큼 굉장히 잘 써졌다. 리듬과 호흡 면에서 20분짜리 애니메이션이라는 포맷에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각종 시사적인 이슈들이나 문제를 바라보고 파헤치는 관점 등을 보면 해학과 버무려진 그 날카로움에 놀라게 된다. 여러모로 흑인 특유의 원초적인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정말로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문제제기를 뚜렷이 하고 거기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도 분명히 나오지만 결국에는 작품 자체가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엇박자로 비틀어 흘리면서 흥겹게 빠져나온달까. 이 점이 정말 인상깊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스페셜 피쳐링인데, 사무엘 잭슨은 거의 레귤러 조연 수준으로 등장하고, 퀸시 존스나 랩퍼 엑지빗(Xzibit)이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죽은 인물을 되살리기도 하는데, 마틴 루터 킹은 그렇다 치고(스토리적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본좌 밥로스 선생(...) 오마쥬 캐릭터가 나올 땐, 정말이지 쓰러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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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각본의 애론 맥그루더 (Aaron McGruder)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흑인이면서 흑인을 경멸하고 백인을 숭상하는 럭커스다. 패배주의에 찌든 인물인데... 실제로 흑인들이 언더적인 영역에 군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가 거기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럭커스가 인상적인 이유는, 흑인뿐 아니라 세상엔 자기도 모르게 패배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의외로 참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에서 백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은근한 마이너 성향을 생각해봐도 그렇지만, 그것이 누구던지 자기혐오나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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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신이치로 작품들([카우보이 비밥], [사무라이 참프루])을 좋아하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며, 오프닝은 상당히 착착 귀에 감기는데, 랩퍼인 아셰루(Asheru)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독립적인 루트로 랩 커리어를 쌓아가는, 그야말로 작품에 어울리는 랩퍼인 듯 하다. 상당히 견실한 이미지의 사람인데, 일본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1년쯤 영어교사를 했다던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오프닝곡이 들어간 앨범은 'Sleepless in Japan'이라는 부제가 붙은 일본발매음반이다) 잠깐 다른 곡들을 들어봤는데 래핑이 약간 뻣뻣하단 느낌은 있다.

아마 소위 말하는 '양키센스'를 느끼는 데에는 - 물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 큰 어려움은 없을거라 생각된다. [분닥스]를 즐기는데에 있어서 최대 난점은 그 언어에 있는데, 말투와 용어부터 해서, 왠만큼 영어 한다는 사람이라도 미국 사회/문화와 흑인영어를 잘 모르면 알아듣기가 굉장히 난해하다. 무난하게 번역해준 위호지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가봤던니 왠걸 길수님이...-ㅁ-;)

미국 흑인들을 보면 상당히 별나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
개인적으로는 흑인 세계에 진정한 의미로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분닥스] 공식 홈페이지 (영어)
아셰루(Asheru) 홈페이지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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