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1~2005/2003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 황당용사 욜라세다 (住めば都のコスモス荘·すっとこ大戦ドッコイダー) [2003]

by 노바_j.5 2010. 5. 25.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은 우주 범죄 치안용 강화전투복 심사를 위해 전투복 제조사 측과 범죄자 측 모니터 요원들이 같은 기숙사(코스모스장)에 거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그린 작품이다. 라이트노벨과 만화책으로 선행 출판되었으며, 한국에서는 [황당용사 욜라세다]라는 적절한(?) 타이틀로 투니버스에서 방영되었으나 정식발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울트라맨]이나 [후레쉬맨] 등으로 대표되는 특촬물을 [천체전사 선레드]와 같이 역발상으로 접근한 작품으로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등장인물들과 일상의 소소한 생활을 맞물리게 하였는데, 일단 굉장히 광범위하다. 소재나 주제, 장르적인 측면으로도 그렇고, 다양한 패러디의 범위도 전방위적이다.

중점적으로는 황당무계한 설정에서 비롯되는 코미디와 온정적인 휴먼드라마를 주 축으로 삼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유쾌한 분위기와 다양한 패러디를 뒤섞어 놓으면서 일반 시청자와 매니악한 시청자들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만, '만화니까, 코미디니까 대충 넘어가자'라는 듯한 허술한 부분이 여러 군데에 산재해 있다. 그렇다고 작품이 일변도적인 것도 아닐 뿐더러, 상황에 따라서 특정 부분에 집착하고 말고 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난감한 부분이 있다. 기존 특촬물 팬이라면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로웠을까?

한 화 한 화의 흐름을 유려하게 전개하는 제작진의 솜씨는 탄탄하며, 특히 연출과 퀄리티, 제작비 사이의 밸런스는 정말 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잘 잡아냈다. 1-6화는 분위기 설정에 몰입하고, 이후로는 한 화씩 번갈아가면서 상반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같은 풍자와 코미디 이야기라도 후반(8화, 10화)의 그것은 전반에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만화적 설정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접점을 갖는다.

작품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엔 가장 이질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전환기인 7화와 9화가 좋았다. 특히 쿠리카같은 경우, 코스모스장 주민들 사이에서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성격이나 외형적인 매력도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지만, 유일한 로봇 인격체이며, 다른 인물들이 이중적인 면모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에 비해 시리즈 내내 크게 뒤집어지는 일 없이 꾸준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웃음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던 쿠리카를 십분 활용한 7화와 9화의 감성은 독특했다. 시리즈 길이가 짧았던 탓에 마지막(11~12) 화가 급작스러웠다는 인상이었음을 감안하면,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이 두 화를 꼽고 싶다.


'2001~2005 >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D The TV  (4) 2008.06.16
Wolf's Rain  (4) 2007.07.17
겨울날: 렌쿠 애니메이션  (0) 2007.07.10
감상 :: 똑바로 가자  (0) 2006.01.10
감상 :: 우주의 스텔비아  (2) 200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