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34

BECK (1999-2008) 「케이온!!」을 본 반동으로(...) 「BECK」을 읽었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버전은 스토리나 음악 재현 면에서 미흡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원본인 만화로 선택. 작가인 해럴드 사쿠이시는 「BECK」 말고는 별다른 작품이 없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과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를 잘 만난 것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을 녹여서 작품을 뽑아내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건지,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맞을 듯. 흑인 문화의 용어(?)로 말하자면 '스트리트' 냄새가 풀풀 나는, 현실적인 분위기에 만화적인 요소들을 정말 절묘하게 버무려놓았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리얼리티와 만화적인 경계가 교차하는 작품은 고교생이 개나소나 덩크하는 「슬램덩크」 정도가 생각나지만, 적어도 현실-만화의 밸런스로만 따지.. 2013. 1. 3.
플루타크 영웅전, 양영순을 생각하다. 우연히 블로그 유입 키워드에 '란의 공식'이 있는 것을 보았다. 들뜨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블로그를 오랜만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생각이 자꾸 휩쓸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다시금 [란의 공식]을 검색해보다가 [플루타크 영웅전]을 보게 되었다. 양영순 작가가 주 5일 연재를 한다고, 아주 독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소식에 나로서도 기대심이 차올랐던 것이다. 일단 눈에 띄인 것은 예전 양영순의 작품들에 비교해 보았을 때 극단적으로 간소화된 그림이었다. 두번째 느낀 것은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것이고, 10여 화를 넘어가면서 들은 세번째 느낌은 '역시 양영순'이었다. 앞선 느낌을 뒤집고 쉴새없이 다음 편을 읽어내리게 만들었으니까. 왜 그 블로거는 쓰지 않았던 걸까. [플루타크 영웅전]도 결국은 연재 .. 2010. 5. 7.
엠마 조용하지만 확실히 인기를 끌었던 [엠마]. 사실 작가가 여자라는 데에 놀랐다. 지금와서 캐릭터 등을 돌아보면 그럼직도 하지만, 여성작가 치고는 그림이나 연출 등에서 굉장히 우직한 데가 있다. 무엇보다도, [엠마]를 읽으면서 열광할 독자 층은 여자라기 보다는 남자 쪽이라는 느낌이다. 전통적인 여성성으로의 회귀와 더불어, 매니아들의 기호인 메이드를 현대의 변태적인 차용이 아닌 실제 모습에 가깝게 드러낸다. 근래의 주류 성향에 비교하면 완벽한 카운터펀치 같은 작품이다. 전형적이었던 것들에 대한 향수와 메이드라는 요즘의 인기 소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케이스. (물론 작가 자신이 딱히 이런걸 계산하고 만들지는 않은 것 같지만;) [엠마]의 이야기 면의 완성도는 딱히 뛰어나 보이지 않지만 메이드라는 소재를 위시.. 2010. 4. 18.
은아전설 위드 [명견 실버]의 자식 위드 이야기. 내용이나 연출이나, 실버 때보다 좀 더 황당무계스러워졌지만, 여전히 비슷한 느낌으로 주루룩 읽었다. 별별 적들이 다 등장하다가 결국 60권으로 끝이 났는데. 위드 자식 오리온 얘기가 바로 시작한다...; 그냥 작가분이 평생 가지고 갈 건가보다. 개들의 상징적인 성격들 - 용기, 충성, 의리 등 - 이 강조되다 보니 그런지, 읽다보면 뭐랄까, 국수주의적이랄까 보수적이랄까... 그런 느낌이 가끔 든다. 게다가 혈통에 집착하는 모습은 좀...; (또한 작가는 독일셰퍼드 종에 대해서 '빠' 수준의 각별한 감정이 있는 듯?) [명견 실버] 시절부터 그랬지만, 각기 다른 견종들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실제 야생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통찰을 하지 못하는 건 좀 아쉽다. 충실.. 2010. 4. 18.
사랑해야 하는 딸들 [요시나가 후미, 2002] 여성만화계에서 독자적인 팬층을 구가하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우연히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독특하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비록 호모섹슈얼한 BL을 다루고 있긴 했으면서도(!). 전체 5부작 (3부는 2편 구성이라 전체 5부, 6편)으로 구성된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2002년도 작품이라고 써져있는데, 도입부에는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있다. 2부에서도 쑥스러운 감이 있는데, 상황 개그의 설정이라던지, 다른 만화에서 좀 더 정형적인 느낌이 드는 부분들에서는 큰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 어느 순간 돋보이는 담담함이 요시나가 후미의 최대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통 독특한 설정은 그런 담담함을 보완하고 대비하는 역할을 할 테지만,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서는 단편으로 풀어.. 2010. 3. 4.
미스 문방구 매니저 실은 아직 연재가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느낌이 생생할때 쓰자 싶어 지금 씁니다. (스토리 진행은 본격적인 후반으로 진입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알게 된 것은 약간 뜬금없게 씨네21에서 추천하는 것을 보았구요. (위 사진 참조 -ㅅ-+) 작가분의 뛰어난 센스는 한결같지만, 초반과 후반에는 톤이 아무래도 다릅니다. 이것을 능숙하게 변환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것 외에도 작품의 전개에 따라 작가분의 실력 역시 팍팍 늘어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굉장히 일상적이고 와닿는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은이의 팔딱팔딱한 감성과 더불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은 듯한 성숙함입니다. 왕따 문제나, 인터넷 신고로 학우를 만나는 장면이 대표적이고, 다른 여러가지 '지금'의 문제들 (교.. 2008.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