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38

에반게리온: Q - 3.33 You Can (Not) Redo 몹쓸 물건이지만 어쩔 수 없이 흥미진진하다. '서'에서 '파'로 넘어오면서 작품에 변화를 준 것이 두드러졌는데, '파'에서의 그것이 스토리를 대폭 뜯어고친 정도였다면, 'Q'의 경우는 아예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의외로 플롯의 큰 틀만 따져보면 꽤 많은 부분이 유지되지만.) 본편 전의 거신병 이야기는 에반게리온의 이야기와 연관성이 강하다. 일반인이 에바나 사도의 전투, 서드 임팩트 등이 닥쳐올 때 어떤 느낌일지가 상당히 현실성 있게 나오고, 신화와의 연관성이나, 화자가 이야기하는 7일간의 창조와 소멸, '그딴 거 알까보냐 난 혼자라도 살아남을거다'라는 개인주의적 시각, 본편으로 이어지는 것 처럼 의도된 마무리 대사 등... 역시 지나가는 떡밥 중의 하나라고 쳐도, 지브리 + 카라에서 이런 걸 내놓았다.. 2016. 7. 22.
에반게리온: 파 - 2.22 You Can (Not) Advance 원작과 거의 같은 흐름을 유지했던 1.11에 비해서 대폭적으로 스토리가 변경된 2.22.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인본주의'가 돋보인다. 1.11의 주역이 미사토였다면 2.22에서는 아스카와 레이의 변화가 돋보이는데, 레이같은 경우 원작에서도 어느정도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지만, 2.22에서는 더욱 더 이런 면모가 강화되고, 이후 원작에서 안타까운 부분이었던 자폭 씬에서 죽지 않고 신지의 구출로 생존하게 된 것이 기쁘다. 바로 서드 임팩트 발생 → 카시우스의 창으로 저지되는 걸로 끝나서 향후 어떻게 될지는 Q를 봐야지 알겠지만... 아스카의 경우는 새로운 캐릭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꽤 많이 바뀌었는데, 역시나 더 '현실적인 (= 인간다운)' 느낌이 보면 볼수록 신선하다. 시키나미의 팬들은 어.. 2016. 7. 21.
에반게리온: 서 - 1.11 You Are (Not) Alone 묵혀두었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3부작 완결이 아니었다니, 약간 망했다는 느낌이...;) 어차피 세세한 디테일이나 소위 '떡밥'에 관해서는 내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들과 크게 연관되지 않으므로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건 어차피 안노 히데아키가 그때그때 꼴리는대로 휙휙 바뀌는 것들이다), 묵히지 않고 시청한 직후 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에바 제작진의 인간론, 혹은 성장론 「에반게리온 서」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그 중심에 제대로 된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꼭 맞잡은 손에, 친구들의 응원을 전해들으며 웃는 신지를 옆에서 넌지시 바라보는 미사토의 미소에, 제작진의 의도가 한껏 담겨있다. 요즘 작품들에 깊이가 없어져서인지, 세월만큼 원.. 2016. 7. 8.
경계의 저편 (TVA + 극장판) 좀 더 큰 그릇에 담았더라면.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준수함을 자랑하는 쿄애니의 또다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재, 괜찮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었다. 특히나 작품 내부에서 담고자 하는 감정의 폭을 생각하면 너무 버거웠는데... 그 와중에 플롯을 관통하는 큰 뼈대가 진부한 것이 흠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A 시리즈는 괜찮게 막을 내렸다. 그 정도 고생했으면 마지막에 약간의(?) 기적 정도는 ~어차피 이계물인데~ 그러려니 했을 텐데, 기어이 극장판까지 물고 늘어져서 괜시리 역효과만 가져온 것 같다. 특히나 적응 안되는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는 영... 가끔 약도 빨고 센스 좋은 개그도 빵빵 터뜨리던 기존의 분위기가 적당했다고 보인다. 안그래도 약.. 2016. 7. 2.
어게인!!(アゲイン!!) - 쿠보 미츠로 우연한 기회에 보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과, 순간의 강렬한 인상 만으로 3년 뒤에 문득 보고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마음, 그리고 '응원'... 이 세 가지를 참 맛깔나게 비벼낸 작품 아닌가 싶다. 사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가장 관심 있는 소재는 응원인 것 같은데, 이것을 스토리적인 중심에서는 약간 비켜놓은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마치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그리듯(...). 일단 여주인공인 우사미 요시코의 매력이 정말 빼어나다. 흔치 않은 스타일이지만 강력한... 개인적인 얘기지만 성격부터 외모까지 우사미 단장과 똑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감정묘사나 처리 등에 있어서 뭔가 묘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작가.. 2016. 5. 7.
킬 라 킬 (キルラキル / KILL la KILL) 알몸선언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스텝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고 하여 그리고 방어도가 높은 전투복으로 인해 화제가 된 『킬 라 킬』입니다. 저는 잘때 항상 알몸인 관계로 굉장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는 헛소리. 전체주의라던지, 개성 혹은 카오스의 포용성, 나아가 순응 vs 저항 등 메세지성도 굉장히 강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것은 특유의 격렬함입니다. 제작진이나 등장인물들이나 하나같이 약을 한 대야씩 들이킨 것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나 그 주제의식과의 훌륭한 통합을 보여주면서 과격한 부분들도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여러모로 전작인 그렌라간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그렌라간이 이미 (상대적으로는) 더 큰 파격을 보여준 바 있고 무엇보다 소재나 표현 .. 2016. 2. 28.
기동전사 건담 UC (Unicorn) - 기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오랜 제작기간과 마지막 화의 과도한 연출로 인해 팬들의 반응도 약간은 애매하게 식어버린 『기동전사 건담 UC』. 일단 기합은 팍팍 들어간 만큼, 2010년 대의 괴물같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난무하는 와중에서도 영상이나 음악이나 모두 한 차원 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기다리며 보았다면 다음편을 기다리느라 맥이 빠졌겠지만, 간만에 OVA 다운 OVA 였다는 느낌. 특히 1화의 크샤트리아 전투 씬은 정말 언급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을 정도. 기존 건담 팬 여부를 떠나서 보는 사람을 한방에 훅 가게 하는 임팩트를 자랑한다.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인물들 (+ 벨토치카)도 직접 나오지만, 이 작품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80년대 건담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로 가득 .. 2016. 1. 16.
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무서울 정도의 집착, 에두르는 표현, 죽음에 대한 미학... 참으로 '일본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방영되었던 "울려라! 유포니엄"과는 같은 음악 작품이고 둘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서로 완벽히 대칭된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범재와 천재, 단체와 개인, 우정과 사랑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상반된 면모를 보여준다. "울려라! 유포니엄"이 우직하면서도 솔직한 금관 - 그 중에서도 부드럽고 풍성한 유포니엄 - 이라면, "4월은 너의 거짓말"은 말그대로 바이올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고, 섬세하며, 극적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나 반전요소 등도 비교적 쉽게 읽히고, 개인적인 취향에는 오버드라마틱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보는 이를 움켜쥐고 주인공들의 내면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은 강력하다. 이.. 2015. 10. 13.
시로바코 (SHIROBAKO) 작품의 결말을 향해 가면서 몰아치고 또 몰아치는 기세를 보고 감탄했다. 작품 전반(全般)에 풀어놓거나 쌓아온 갈등들을 연달아서 한꺼번에 부딪혀버리는데, 여기까지 오려고 그동안 천천히 묵혀온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뚝심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잠깐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했을 때에는 3D 극장판을 제작하는 파트에 있었는데, 2D와 3D, 일본과 한국 등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아무래도 1기 분량은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적인 그림과 이해를 돕기 위해 밑그림을 깔아놓는 느낌이고, 본격적인 시작은 2쿨에서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크게 보아 주인공은 미야모리 아오이와, 그녀의 애니메이션 동아리 동기인 20대 초반 여성들인데, 1기에서는 (몇몇은 2기 중반까지도) .. 201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