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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56

Working!! (1기) - 최전선에 수줍은 듯 발을 올리는. 『Working!!』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는 코미디 작품이다. 원작은 조금 다르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 1기만을 보았을 때에는 묘한 부분들이 적잖이 있다. '와그나리아'라는 공간 『Working!!』은, 예를 들자면 『식객』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 일변도라는 점에서 그렇고, 전문성이 거의 하나도 없이 온전히 다양한 캐릭터들 간의 군상극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그렇다. 아예 일하는 장면이나 손님들과의 얽힘이 거의 없을 정도다. (또 그렇다고 와그나리아 밖으로 별로 나가지도 않는다!) 배경지식과 전문성에 최소한도의 비중을 두는 보통 작품들과 다르게, 『Working!!』에서 '왜 패밀리 레스토랑인가?'라는 질문을 추적하면 다음과 같다: 15.. 2011. 4. 27.
정령의 수호자 - 담담한 차(茶)와도 같은... 나이 서른의 여자 호위무사가 길을 가는 행상인과 대화를 나눈다. "...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 땅에 어울리는 삶을 살 수 있지.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아." [정령의 수호자] 1화 초반의 이 장면은 시청자에게 스스로가 어떤 작품인지를 강력하게 어필한다. "애들 눈높이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라는, 일종의 포고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때 전후의 대화에서 놀라게 되는 것은, '정비'라는 말 대신 "메인테넌스"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과, 위 대사에서 오는 겸허한 태도와 생각의 깊이, 그리고 가감없이 자신을 서른이라고 이야기하는, 정말로 서른다운 주인공 바르사의 모습이다. [정령의 수호자]에는 과장스러운 면이 거의 없다. 바르사라는 캐릭터의 매력, 이국적인 문화들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뒤섞인 동양풍의 세계관, 탄.. 2011. 3. 26.
속·나츠메 우인장 [2009] 대부분의 느낌은 1기와 비슷하다. (감상기 바로가기) 일단 분위기상 두드러지는 것은 좀 더 본격적으로 여성 취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감성지배적이랄까. 아기자기한 재미나 여성적인 코드, 미형의 느낌이 강조된 영상. 그러나 1기에서 보였던 문제들이 거의 고스란히 남는다. 캐릭터들의 폭은 다양해졌지만 그들과 얽히는 것은 아주 국지적일 뿐이고, 모든 이야기는 일변도적인 휴머니즘 지상주의로 흘러간다. 더욱이 큰 문제는 너무 감성에만 치우친 모습이 한층 더 심해져서, 작품 속 세계관의 일관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1기에서도 지적했던 요괴 세상의 규율 부재라던가, 물리적인 경계 등의 문제는 일단 봐준다 치자. 요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주인공 나츠메 타카시를 죽일 수 있을 것 같고, 마음만 먹으면 무적.. 2011. 1. 29.
나츠메 우인장 (1기) [2008] 잔잔한 인기를 불러모았던 [나츠메 우인장] 1기를 보았다. 영력을 가진 주인공 '나츠메 타카시'가 귀신을 봄으로 인해 소외받는 삶을 살다가, 역시 영능력자였던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사망)의 옛 동네에 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놓는 작품이다. 2대 윗어른에게서 물려받은 재능, 옴니버스 형식, 보호령의 존재감 등 설정면에서는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꽤 있지만,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을 강조한 치유계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느껴진다. 이런 영능력자 물에서는 인간과 귀신과의 얽힘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물질적인 세상과 비물질적인 영계의 경계가 어떻게 그어지는지에 따라 작품의 그럴싸함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츠메 우인장]은 .. 2011. 1. 9.
스카이 크롤러 (Sky Crawlers) [2008] "하아... 오시이 이 양반 또 딸딸이 쳤구만" 보고 나서 머리속에 떠오른 한마디를 그대로 옮기자면... 그랬다. 사상은 마음에 안드는데 능력은 뛰어난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오시이 마모루다. [공각기동대 2: 이노센스]는 보지 않고 넘겼지만, [스카이 크롤러]는 예전 작품들과는 또다른 느낌이이서 보았으나... 으음. 이번에도 복잡한 기분. 예컨데 [스카이 크롤러]는 정말 압도적인 작품이다. 표현력에 있어서는 하나의 신천지를 이룩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스토리텔링도 훌륭하다. 아마 따지고 보면 (그나마 주변 스탭들이 엄청나게 제제를 걸었다던) [패트레이버 극장판(1편)] 이후로 오시이 마모루가 이렇게 원만하게 이야기를.. 2010. 12. 30.
전뇌 코일 (電脳コイル - Coil a Circle of Children) [2007] 대중적인 인기작품보다는, 상업적인 입김이 적고 스토리가 충실한, 소위 '숨겨진 명작' 부류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베스트애니메가 1주일이 넘게 다운된 상태인지라 자료는 부족하지만, 2007년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본애니에 있어서 상당히 풍성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2006년, 2008년에 비하면 더더욱 두드러지지 않을까. [전뇌 코일]은 2007년의 숨겨진 명작들 중에서도 숨겨진 명작으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인데, 작품 초반의 몰입감 부족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대신 그 전반적인 작품성 역시 그만큼이나 뛰어나다. 제작진 일부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인 덕에 작품의 정서나 애니메이팅 기술(움직임) 등에 있어서 특유의 느낌도 많이 묻어나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 태생이 '교육.. 201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