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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56

치코와 리타 - 거스르지 못하는 흐름을 승화시키는 예술인의... 시원한 오프닝 시퀀스가 흘러나오더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으로 펼쳐지는 하바나의 모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나른한 오후 햇살에 과거를 회상하는 구두닦이 할아버지... 흥겨운 야외무도장에서 신나게 질주하는 트럼펫과, 원석처럼 빛나는 어린 무명 여가수의, 고혹적인 발라드 - 이 무렵까지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당신에게 [치코와 리타]는 별로 재미없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스타일 그 자체가 직관적인 소통의 도구로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과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미술, 음악을 맡은 베보 발데스 셋의 조화가 굉장히 두드러지며, 이들이 빚어내는 [치코와 리타] 특유의 정서나 미감은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예컨데 조빔과 질베르투, 스탠 겟츠가 .. 2012. 2. 22.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극장판 - Awakening of the Trailblazer TV판을 보다 극장판을 보면 역시 퀄리티나 호흡이 다르구나 싶다. 캐릭터들 중엔 펠트와 그라함의 변모(?)가 두드러졌는데, 펠트는 작품의 대인배스러운 테마 vs 대중성 사이에서 희생당한 느낌이고(어흑ㅡ.ㅜ), 더블오의 쾌남 그라함 에이커는 이 작품을 끝으로 이별을 고한다. 더블오 시리즈 내내 마리나가 보여준 행보는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와 많이 닮아있는데, 그동안 보여준 '신'에 대한 집착이나 철학이라던지, 몇몇 ELS의 작중 형태라던지... 어째 불교적인 사상도 꽤 반영된 것아닌가 싶다. 세츠나와 관련해서는 원래 좀더 기독교적인 방향에서 출발해 결국 신과 선구자의 중간 즈음인 존재가 되었지만. 상업적으로 별 도움이 안될 듯한 철학적인 자세를 관철한 점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려 건담.. 2012. 2. 9.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시즌 2 1기를 보면서는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으나, 1기 마무리와 2기 초반에 걸쳐서 맥이 좀 빠져버리고 말았다. 1기 전반에 걸친 엄격함이 무너지고 정반대로 보통의 '중2병' 스러운 느낌이 전개되어버렸으니, '다케다 세이지가 또다른 코드기어스2를 만드려고 1기를 이용해먹은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과관계적인 설득력은 여전히 갖추어주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면서 다시금 재미있게 볼 수는 있었지만, 1기 때에 느꼈던 특별함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퀄리티나 밸런스, 제작진의 비범함(?) 등 전체적으로는 역시 강점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음악과 스토리 구축/연출 아닐까. 사실감이 약해지면서 SRPG적(?)인 재미나 감동의 깊이는 좀 부족해졌지만, 반대로 캐릭터 중.. 2012. 2. 8.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시즌 1 ※본문의 '더블오'는 [기동전사 건담 OO] 1기에 한정합니다. 1979년 방영이 시작한 이래 [기동전사 건담]은 수많은 후속작과 배리에이션을 거듭하면서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플래그쉽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같은 우주의 연대상에서 시작한 후속작들은 이윽고 [기동전사 건담]이 정립한 '사실성'을 깨며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하고, 종종 다른 세계관으로도 뻗어나갔으며,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과거로의 회귀를 외치며 오리지널 건담의 '현대판' 리메이크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일일이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이 더블오야말로 제대로 된 건담의 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퀄리티 더블오의 두드러지는 장점 중 하나는 압도적인 퀄리티다. 거대 인간형 로봇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철인28호조차 -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에.. 2012. 2. 6.
수장기공 단쿠가 노바 유니크한 매력 덕분에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초수기신 단쿠가] 를 기반으로 나온 2007년도 작품. 당시 유행했던 일종의 '슈퍼로봇 현대애니화'에 함께한 작품인데, 역시 비슷한 유형의 가이킹이나 지그 리메이크는 나름 인정받은 반면 이 단쿠가 노바는 가장 엉성한 느낌인 듯 하다. 스토리 뼈대도 그렇고 원작 단쿠가에서 차용한 여러가지 컨셉도 그렇고 포텐셜은 좋아보였는데 그놈의 스토리 전개나 연출이 영... 개인적으로는 좀 더 유능한 감독이 맡아서 2쿨 정도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의 작품은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정도의 분위기에 [초중신 그라비온] (역시 오오바리 마사미 감독) 정도의 느낌이랄까... 80년대 로봇물을 현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작한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제작.. 2012. 1. 31.
진 마징가 - 충격! Z편 [진 마징가 - 충격! Z편] (이하 'Z편')은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마징가' 월드의 재편성, 그 시작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의 짜임새나 스케일은 이 작품을 SKL이나 마징카이저 등의 어떤 확장 / 외전 편보다는 정통성을 물려받은 ver.02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탄탄하지만, 마치 어떤 노래의 리믹스 버전을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 특정 개인이마가와의 취향대로 폭주한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 동시에 잡지에서는 [진 마징가 ZERO] 가 연재중인데,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포맷 차이는 있지만 이쪽은 더욱 더 순수한 '광기'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원작자 나가이 고가 워낙에 크레이지한 분이신지라 (자기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재구성하라고 한것도 얼마나 통크고 쿨한 처사인가!) .. 2012.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