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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41

아오하라이드 (アオハライド/Ao-Haru-Ride) 너무나 자연스러운, 닮은 꼴들의 상호 구원 단촐한 멤버구성에 정석적인 스토리와 전개까지, 상큼한 이미지도 그렇고 참 작품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유일한 차별점이 [상처입은 남주인공의 치유와 구원 + 천상 여자에서 의도적으로 선머슴이 된 여주인공의 대비와 활약]인데, 이런 어느 특정한 요소보다도 '정통파'의 맥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과, 굉장히 섬세한 결으로 소소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인다. 속칭 '웰메이드' 작품이랄까?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연출, 스토리 등을 보면,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지점을 유지하는 것을 작품 전반에 걸쳐 볼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활력 넘치는 여주인공 후타바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린 소녀에서 선머슴을 자처한 후타바의 복합적/이중적인 면모는 남자 .. 2016. 8. 5.
에반게리온: Q - 3.33 You Can (Not) Redo 몹쓸 물건이지만 어쩔 수 없이 흥미진진하다. '서'에서 '파'로 넘어오면서 작품에 변화를 준 것이 두드러졌는데, '파'에서의 그것이 스토리를 대폭 뜯어고친 정도였다면, 'Q'의 경우는 아예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의외로 플롯의 큰 틀만 따져보면 꽤 많은 부분이 유지되지만.) 본편 전의 거신병 이야기는 에반게리온의 이야기와 연관성이 강하다. 일반인이 에바나 사도의 전투, 서드 임팩트 등이 닥쳐올 때 어떤 느낌일지가 상당히 현실성 있게 나오고, 신화와의 연관성이나, 화자가 이야기하는 7일간의 창조와 소멸, '그딴 거 알까보냐 난 혼자라도 살아남을거다'라는 개인주의적 시각, 본편으로 이어지는 것 처럼 의도된 마무리 대사 등... 역시 지나가는 떡밥 중의 하나라고 쳐도, 지브리 + 카라에서 이런 걸 내놓았다.. 2016. 7. 22.
경계의 저편 (TVA + 극장판) 좀 더 큰 그릇에 담았더라면.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준수함을 자랑하는 쿄애니의 또다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재, 괜찮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었다. 특히나 작품 내부에서 담고자 하는 감정의 폭을 생각하면 너무 버거웠는데... 그 와중에 플롯을 관통하는 큰 뼈대가 진부한 것이 흠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A 시리즈는 괜찮게 막을 내렸다. 그 정도 고생했으면 마지막에 약간의(?) 기적 정도는 ~어차피 이계물인데~ 그러려니 했을 텐데, 기어이 극장판까지 물고 늘어져서 괜시리 역효과만 가져온 것 같다. 특히나 적응 안되는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는 영... 가끔 약도 빨고 센스 좋은 개그도 빵빵 터뜨리던 기존의 분위기가 적당했다고 보인다. 안그래도 약.. 2016. 7. 2.
킬 라 킬 (キルラキル / KILL la KILL) 알몸선언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스텝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고 하여 그리고 방어도가 높은 전투복으로 인해 화제가 된 『킬 라 킬』입니다. 저는 잘때 항상 알몸인 관계로 굉장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는 헛소리. 전체주의라던지, 개성 혹은 카오스의 포용성, 나아가 순응 vs 저항 등 메세지성도 굉장히 강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것은 특유의 격렬함입니다. 제작진이나 등장인물들이나 하나같이 약을 한 대야씩 들이킨 것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나 그 주제의식과의 훌륭한 통합을 보여주면서 과격한 부분들도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여러모로 전작인 그렌라간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그렌라간이 이미 (상대적으로는) 더 큰 파격을 보여준 바 있고 무엇보다 소재나 표현 .. 2016. 2. 28.
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무서울 정도의 집착, 에두르는 표현, 죽음에 대한 미학... 참으로 '일본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방영되었던 "울려라! 유포니엄"과는 같은 음악 작품이고 둘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서로 완벽히 대칭된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범재와 천재, 단체와 개인, 우정과 사랑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상반된 면모를 보여준다. "울려라! 유포니엄"이 우직하면서도 솔직한 금관 - 그 중에서도 부드럽고 풍성한 유포니엄 - 이라면, "4월은 너의 거짓말"은 말그대로 바이올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고, 섬세하며, 극적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나 반전요소 등도 비교적 쉽게 읽히고, 개인적인 취향에는 오버드라마틱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보는 이를 움켜쥐고 주인공들의 내면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은 강력하다. 이.. 2015. 10. 13.
시로바코 (SHIROBAKO) 작품의 결말을 향해 가면서 몰아치고 또 몰아치는 기세를 보고 감탄했다. 작품 전반(全般)에 풀어놓거나 쌓아온 갈등들을 연달아서 한꺼번에 부딪혀버리는데, 여기까지 오려고 그동안 천천히 묵혀온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뚝심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잠깐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했을 때에는 3D 극장판을 제작하는 파트에 있었는데, 2D와 3D, 일본과 한국 등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아무래도 1기 분량은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적인 그림과 이해를 돕기 위해 밑그림을 깔아놓는 느낌이고, 본격적인 시작은 2쿨에서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크게 보아 주인공은 미야모리 아오이와, 그녀의 애니메이션 동아리 동기인 20대 초반 여성들인데, 1기에서는 (몇몇은 2기 중반까지도) .. 201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