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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41

울려라! 유포니엄 (響け!ユーフォニアム) 작가와 제작진에게 경의를.아아, 잘 봤다. 이렇게 만족도가 충실한 애니를 본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밴드를 같이 하던 동생이 처음 이 작품에 대해서 알려줬을때에는, 금관악기가 주로 다뤄지는 애니메이션이 나올 거란 기대감은 있었지만, 대부분 그랬듯이 '케이온'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감사하게도 그 생각은 크게 어긋났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수수하다. 그리고 그 수수함이 가져오는 리얼리티는 대단하다. 작가 본인이 고교 취주악부 출신의 파릇파릇한 현직 대학생이 아니었으면 잡아내지 못할 만큼의 디테일이 전문적인 분야부터 일상에서까지 녹아있다. 그리고 제작진은 거기에 천착하여 그 표현을 극한까지 (어쩌면 그 이상으로)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종 진정한 '명작'이란, 해당 분야의 팬층을 뛰어넘어.. 2015. 8. 22.
건담 G의 레콘기스타 (ガンダム Gのレコンギスタ) 흑백으로 비평을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다. 망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좋든 싫든 토미노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퀄리티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4쿨(~50화), 못해도 3쿨 정도로 짜서 제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야기 진행이 너무 급하다. 그와중에도 집어넣을건 다 집어넣었다는게 대단하긴 하지만... 이번에 'G레코'를 보면 토미노옹 특유의 풍성한 세계관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잘 구축된 세계관과 인물들 때문에 자기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덕후들이 파고 들만한 컨텐츠를 만들게 되는 것 아닐까. 뭐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같은 의미로 G레코의 인물들은 정말 사람답고 현실적이다. 정형화되거나 양식화되지 않은, .. 2015. 8. 7.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冴えない彼女の育てかた) 카토 메구미같은 여자는 정말 있을까? '사쿠라장의 애완그녀'에 이어서 참 불손한 제목을 가진 두번째 애니메이션 되시겠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이하 사에카노)을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구나 싶다. 린 민메이나 아유카와 마도카 등의 스타 히로인들이 등장하고, 소위 '모에' 요소란 것들이 세일즈포인트로 자리잡고, 에로게 산업과 2차 창작 행사가 어느덧 어엿한 포맷으로 자리잡고... 이런 것들이 각각 하나의 코드로 자리잡지 못했다면, 사에카노 같은 작품들은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 만화와 게임 업계의 '현재'라는 토대 위에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살포시 올려놓은 비장의 새 요소가 바로 카토 메구미 아닐까 싶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작가의 솜씨 덕도 있지만, 지금의 인기를 보면 이 레시피는 결과적으.. 2015. 7. 19.
사쿠라장의 애완그녀 (さくら荘のペットな彼女) 『허니와 클로버』를 안 떠올릴 수가 없다. 좀 더 신시대적이고 라이트한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는데, 작가의 시점이 남성적이라는 부분이다. 라이트 노벨 특유의 경향 탓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어엿한 인물이 되어서 마주하기 전까지는 사귈 수 없다"라는 고뇌는 오롯이 남자만의 것이고,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무게감 있게 다룬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것이 최초이다. 그러나 냐보론 프로젝트를 마치고 2기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너무나도 강렬한 아침드라마(...)의 느낌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연애드라마로 밀고나가는 애니메이션도 처음...인가? 사실 '천재와 범재간에 오는 고뇌와 갈등'이란 주제에 흥미가 더 컸었기에, 나에게는.. 2015. 7. 5.
바라카몬 (ばらかもん) "어른이 성장하는 만화"라는 문구를 보고 목록에 집어넣었던 차에, 지인의 언급으로 이번에 보게 되었다. 직업상 어린 아이들을 자주 보며 느끼는 것은, 철이 들고 말고는 나이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 사람의 성품은 기본적으로 어릴적부터 타고난 기질과, 켜켜이 입혀져온 환경의 영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이라 했던가. 한정된 울타리 밖에서의 경험이 미숙한 요즈음의 법적 성인들에게 정신적, 인격적으로 성숙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남은 것은 취사선택 뿐. 『바라카몬』의 주인공 한다 세이슈는 -다행히도 자신의 부족함을 순수히 받아들이는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극도의 엘리트주의적 환경에서 길러진 인물이다. 그의 기술적인 능력은 .. 2015. 5. 12.
잔향의 테러 (残響のテロル) 스타일리스트 나베신의 'Birth of the Cool'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 음악은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지만 오시이 마모루와도, 콘 사토시와도 다른 독자적인 지점에 서 있는 이 거장-감히 말하자면-은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을 느껴지게 하는, 일본 애니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아닐까. 이번 작품은 사운드트랙에서도, 작품에서도 냉소적인 스산함이 느껴진다. 뭉뚱그려 '노르딕'이라 칭해지는 북유럽 음악의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주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실제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아이슬랜드' 라고까지 짚어 말하니 야릇한(?) 쾌감마저 들었다. 엔딩인 '누군가, 바다를'은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사운드가, 오프.. 2015.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