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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5/200411

공각기동대 2: INNOCENCE "고독 속을 걸으며 악을 행하지 않고 홀로 걸어가는 숲 속의 코끼리처럼"... [이노센스]의 수많은 철학적 알레고리 중에서도 가장 힘이 실리는 이 문구는 [법구경]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역시 [법구경]의 글귀로 널리 알려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상당히 비슷하다.) 5년이 넘도록 볼 생각이 없었던 [이노센스]를 보게 된 것은 OST의 실황 연주에 너무나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으나, 보고 난 뒤에는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이 작품은 내가 보아온 숱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작품들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만한 명작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이유는 그 깔끔함에 있다. 여타 오시이 마모루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구질구질함이 없다고나 할까. "나는 누구인가"에서 비롯되는 실존의 정체.. 2011. 2. 6.
크라우 팬텀 메모리 숨겨진 명작이다라는 평이 많아서 봤습니다...만, 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리낙스'라는 것에 대해 설정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구요. 제대로 해명, 분석은 되지 않고 그냥 얼버무리면서 스토리 흐름에 편할대로 써먹는 듯한 느낌? 스토리를 풀어가는 면에서 너무 갑작스럽다거나 생뚱맞은 부분들도 있고 - 갑자기 1화 중반에 10년 뒤로 간다던가,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제시카는 실드 제네레이터만 부시면 될텐데 자멸한다던가, 갑작스런 리낙스부대의 등장과 퇴장 등등 - 좀 더 복합적인, 다중적인 스토리라인을 깔아두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메인 스토리는 위에 말했듯이 느슨한 구석들이 있고, 스토리 자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확 몰입되지 않습니다. 리낙스에 대한 설정의 부재 탓에,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이 .. 2008. 6. 25.
톱을 노려라 2! - 다이버스터 100만년만에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톱을 노려라 2! - 다이버스터]는 프리크리의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냈는데, 오리지널리티와 '톱을 노려라' 의 속편으로서의 위치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다이버스터가 계승하는 것은 '언니'와 '노력과 근성', '어이없고 스펙타클한 오버스러움' 정도로... 작품의 최소한도의 정신적인 요소들에 머무릅니다. 뭐 물론 특유의 팔짱 포즈라던지 큰 세계관, 기술적인 면, 엔딩 등등 여러 면에서 충분히 속편이다라고 확신할만한 것들은 갖가지 있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더 많이 드러나며 감정의 고조를 돕는 듯) 다이버스터는 거의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자기 위치를 잘 잡습니다. 덕분에 건버스터 급의 로봇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약간 허전함을 주지만... 한국 영화인 '괴물.. 2008. 6. 9.
카쿠렌보 (Kakurenbo)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를 접하면서 가장 기묘하다고 느끼는 것이 뭐냐면, 그 특유의 신호등 음악입니다. 신호등 음악이라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접하면서 사는 일상적인 멜로디일텐데 그것이 정말 이상하리만치 불길하고 음습한, 또 억하심정같은 억눌린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밑에 동요메들리 중 첫번째 곡) 그렇게, 일본의 전통문화라는 것에는 항상 이해하지 못할 섬뜩함과 음습함이 서려있습니다. 그것을 연결시켜서 현대/근미래적인 느낌으로 이어 연결시킨 것이 이 [카쿠렌보]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으스스한 세기말적 분위기가 배경인 '무서운 이야기'같은 느낌이랄까요. "공포영화"라는 느낌보다는 밤에 듣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어울립니다. 이것은 단지 외형만이 아니라 작품의 내러티브적인 면에서도 전통문화적인 느낌이.. 2008. 1. 12.
Re: 큐티하니 - 호리에 유이... 유명한 성우인건 알았고, 출연작품을 본 적도 있으나 이렇게까지 어필하는 역할은 없었던 듯 하다. 너무 좋다! -ㅂ- (그리고 [하이바네 연맹]의 완소 레키역을 맡았던 노다 쥰코씨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 오프닝은 정말 훌륭하다. 애니메이팅이나 연출, 디자인, 음악... 역대 최고의 오프닝 중 하나가 아닐까. - 엄청난 애니메이션과 스타일... [데드 리브즈], [마인드 게임] 등의 작품들과 계속 비교하게 된다. 그 둘이 너무 극단으로 치달았다면 가이낙스의 [Re: 큐티하니]는 대중적인(?) 작품 속에 훌륭하게 그것을 녹여내었다. 나름대로 굉장히 실험적이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가장 훌륭했던 건 1화가 아니었나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3화는.. 2007. 2. 5.
마인드 게임 (Mind Game) 8견전의 작화얘기를 하다가 알게 된 유아사 마사아키와 그의 작품 마인드 게임. 여러모로 대단하고 굉장한, 멋진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반적인 잣대에서 이 작품을 재는 것은 송구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정신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더불어 이것이 스토리 자체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 스타일때문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사실 스토리는 단조로운 편에 속하고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_-), 연출의 탓도 크지만, 어쨌든 이 작품의 주를 이루는 것은 내러티브가 아닌 스타일입니다. '애니메이션' 입니다. 굉장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고, '정말 순수하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필히 봐야 할 작품입니다. 그 상상력을 탐험하는 느낌으로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각.. 2006.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