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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610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この素晴らしい世界に祝福を!) 1~2기 요 몇년 동안은 라노벨이 떠오르면서, (이고깽에서 이어진) 이세계물이 부쩍 많이 나온 느낌이다. 2010년대에 가장 두드러진 메인스트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 여러가지 작품들이 나왔지만 어쩐지 그닥 내키지 않던 와중에, '클리셰 비틀기' 위주의 코미디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 본 작품인데, 가볍고 유쾌하게 잘 볼 수 있었다. 지인에게서 작품 소개를 들었을 때에는 뚜렷이 눈치채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내가 이 작품에 끌렸던 또다른 요소는 주인공들이 글러먹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보다 보니,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요소가 이 두가지 아닐까 싶다. 글러먹은 와중에도 끝내는 인도적인 선택을 하고,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적당히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은, 사실 굉장히 현실적인 공감.. 2020. 3. 2.
3월의 라이온 (3月のライオン) 시즌 1 & 2 처음 봤을 때에는 심드렁해서 미뤄뒀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3월의 라이온. '약속의 네버랜드'를 성장물로 정의했다면, 3월의 라이온은 치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치유계' 작품들을 보고서는 힐링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덕분인지 어지간한 것들은 잠깐 보다가 그냥 접어버리는 수준이지만(...). '치유' 역할의 중심인 카와모토 가족이 주는 느낌은 여타 작품들과 비슷함에도 이 작품이 치유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주인공인 키리야마 레이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분투가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와닿아서 그렇지 않을까. 카와모토 3자매의 경우 역시도 - 가정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서 레이에게 따듯한 품이 되기는 하지만 - 깊은 상처가 뒷켠에 그늘을 드.. 2020. 2. 14.
배를 엮다 (舟を編む)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니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도 곧잘 접하는 문제다. 직업상 사전을 자주 뒤져보기도 한다. 사실 소통에서의 난점은 단순한 단어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표현의 문제일 때가 많지만, 어쨌든 음... 그렇다. 사전은 중요하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은 의미부여에 너무 호들갑스럽다. 작품이 너무나 잔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렇게 한 것일까? 바다와 문자 등을 이용한 심적 묘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나오는데, 정말로 공감이 갔던 것은 최후반부에 검열 실수를 눈치채고 공황상태에 빠지는 부분 정도? '배를 엮다'의 미학은 고즈넉함을 즐기는 데에 있다. 주인공 커플을 필두로 사전편집부실과 그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정신없이 바.. 2019. 8. 24.
쿠로무쿠로 (クロムクロ) 볼만한 로봇물 없나 하고 예전부터 찾아둔 작품인데 이제서야 완주했다. 크게 땡기지 않은것은 아마도 주인공과 주연메카의 매력이 미묘하기 때문이었던 듯 싶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니 무리없이 녹아들었고, 끝까지 다 보면 깔끔한 마무리에 정감이 간다.오우마 켄노스케 토키사다의 경우 오랜만에 보는 순수파 열혈주인공인 점이 반가웠다. 겟타로보 시리즈의 료마와 비슷하지만 좀더 고풍스럽게 정제된 캐릭터인데, 상기했듯 디자인은 조금 아쉽다. 고증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아 시대고증 역시 어느정도 영향은 있었을 법 하다.메카들의 디자인이 난해한데 액션씬 역시도 크게 친절하지는 않아서, 정신없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렵고 임팩트 면에서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메카디자인과 액션연출에는 아쉬운 부분이 꽤 있다.작품으로서.. 2019. 2. 12.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 소통의 단절과 인간의 불온전함 생각보다도 더 다크한 전개에 상당히 놀랐다. 모 평론가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언급한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압도적인 '소외'의 느낌과 주변 세계의 '불완전함'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상당히 흡사하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어지간한 실사 영화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의 불완전한 사람됨이다.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 것 처럼, 반장 캐릭터인 카와이 미키나 소꿉친구 우에노 나오카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여타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비(非) 전형성을 띈다. '고퀄리티 작화로 그려진 쿄애니의 귀염귀염한 캐릭터들을 이렇게...?;;' 라는 당혹감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란 포맷을 생.. 2018. 2. 24.
ReLIFE / 리라이프 (TVA) 인간이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웹툰 원작다운 캐주얼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꽉 차 있으면서 시원시원한 색감은 좋지만, 내용 면에서는 약간 가벼운 느낌도 있다. 개그감이라던지, 나이에 대한 리액션이라던지,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고... 사운드 역시도 선명해서 나쁘진 않지만, 약간 선이 굵고 단순한 느낌이라, 특히 배경음악의 똥똥거리는 느낌은 귀에 거슬린다.제대로 된 이야기 전개는 뒤쪽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들어가지만, 그 전까지는 무난히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약간 아리송한 느낌이 꽤 있었다. 너무 대놓고 교훈적인거 아닌가, 감각이 청소년 위주인거 같은데 굳이 이런 소재가 필요했는가, 등등.그러나 짚을 부분들은 확실하게 짚고 있고, 소재에 관해서는 단순히 연애노선 때문만이 아니라 모바일기기에 익숙해져서 소통장애에.. 2018.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