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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20136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 The Wind Rises) "이 세상은 꿈이지..." '붉은 돼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개인의 '행적'을 다룬 이야기라고 한다면, "바람이 분다"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진 모순과 고뇌, 꿈...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비행기랑 무기 좋아하면서 반전 부르짖는 모순에 대해서 이제 응답할 때도 되지 않았수?" 라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질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혼을 뒤흔드는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도 은퇴를 번복한 적은 있지만, 마치 순수한 유아기의 상태로 회귀하는 듯한 이 작품은 근래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이 거장의 유작으로 어울린다. 작품이 시작하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떤 의미로 이상향처럼 생각한다는, 추억 속 어린 시절의 세상이 펼쳐진다. 흑백으로밖에 존재.. 2020. 3. 11.
경계의 저편 (TVA + 극장판) 좀 더 큰 그릇에 담았더라면.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준수함을 자랑하는 쿄애니의 또다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재, 괜찮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었다. 특히나 작품 내부에서 담고자 하는 감정의 폭을 생각하면 너무 버거웠는데... 그 와중에 플롯을 관통하는 큰 뼈대가 진부한 것이 흠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A 시리즈는 괜찮게 막을 내렸다. 그 정도 고생했으면 마지막에 약간의(?) 기적 정도는 ~어차피 이계물인데~ 그러려니 했을 텐데, 기어이 극장판까지 물고 늘어져서 괜시리 역효과만 가져온 것 같다. 특히나 적응 안되는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는 영... 가끔 약도 빨고 센스 좋은 개그도 빵빵 터뜨리던 기존의 분위기가 적당했다고 보인다. 안그래도 약.. 2016. 7. 2.
킬 라 킬 (キルラキル / KILL la KILL) 알몸선언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스텝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고 하여 그리고 방어도가 높은 전투복으로 인해 화제가 된 『킬 라 킬』입니다. 저는 잘때 항상 알몸인 관계로 굉장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는 헛소리. 전체주의라던지, 개성 혹은 카오스의 포용성, 나아가 순응 vs 저항 등 메세지성도 굉장히 강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것은 특유의 격렬함입니다. 제작진이나 등장인물들이나 하나같이 약을 한 대야씩 들이킨 것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나 그 주제의식과의 훌륭한 통합을 보여주면서 과격한 부분들도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여러모로 전작인 그렌라간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그렌라간이 이미 (상대적으로는) 더 큰 파격을 보여준 바 있고 무엇보다 소재나 표현 .. 2016. 2. 28.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언어의 정원』이란 작품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작품이다. Akinator(링크)라는 라는 인물찾기 웹사이트에서 일본 애니 캐릭터들도 맞춘다는 얘기를 듣고, 『마크로스 플러스』의 뮹 판 론(링크)를 찾아보다가 오답으로 내놓은 캐릭터가 이 작품의 히로인, 유키노 유카리였기 때문이다. (먹먹한 느낌이 꽤나 닮았다!) 첫 인상은 신카이 마코토스럽게, 아니 어쩌면 예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숨이 막힐 정도의 압도적인 비주얼. 적어도 표현 면에서는 내가 본 어떤 작품들보다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꼽는다.) 비주얼 만큼이나 소리도 인상적이었는데. 새로 참여한 작곡가 분의 음악도 그전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느껴졌었고, 물소리, .. 2014. 10. 15.
겨울왕국 (Frozen) 디즈니식 '왕도'로의 회귀디즈니나 픽사는 전통적으로 장편 상영에 앞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데, 이번 『겨울왕국』 앞에 나온 "말을 잡아라!" 라는 단편 속 미키 마우스의 목소리는 실제 월트 디즈니의 음성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대중예술 업계에서 민감한 문제인 '저작권'의 주범(?)이 바로 미키 마우스이기에 굳이 다시 흑백 속의 미키마우스를 현대로 불러내는 것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다시 흑백 화면으로 돌아가긴 한다), 호불호를 떠나서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왕국』 돌풍의 중심에는 "Let It Go"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그 한방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뜨지는 못했을 작품이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디즈니 전통의 뮤지컬 애니가 가진 파괴력을 반증하는.. 2014. 2. 8.
취성의 가르간티아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라 사회초년병이여! 익히 알려진 대로 디자인이나 세계관은 케빈 코스트너의 망작 이미지에 정점을 찍어준(...) 『워터 월드』와 많이 닮아있다. 에스닉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해도 거대로봇물을 좋아하는지라 시청 고고씽! 각본가 우로부치 겐의 멘트 중 "이 애니메이션은 기획 단계부터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연령층, 즉 앞으로 사회에 진출, 혹은 사회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메시지를 포함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과연, 틀에 박힌 교육에 깔끔하게 세뇌되어 있던 레드는 모든 것이 통제된 둥우리를 벗어나, 교과서 속 세상과는 많이 다른 야생의 현실 속에 내던져져 좌충우돌 한다. 의외로.. 2014. 2. 4.